[이성필기자] 성남FC의 홈구장 탄천종합운동장은 축구팬들 사이에서 '탄필드'로 불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에 빗댄 것이다.
24일 탄필드에 수원FC의 구단기가 게양됐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성남FC와의 경기서 수원FC가 권용현의 1골 1도움을 앞세워 2-1로 이겼다.
양 팀은 앞서 시즌 첫 번째 '깃발라시코'에서 1-1로 비겼다. 이 경기를 앞두고 성남FC 구단주 이재명 성남시장이 수원FC 구단주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승부에서 이긴 팀이 상대팀 홈구장에 구단 깃발을 내걸자는 제안을 했고 내기가 성사됐다. 이날 두번째 만남에서 원정팀 수원FC가 이겨 탄필드에 깃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날 수원FC는 성남을 이기면서 시즌 첫 연승을 달리기도 했다. 여전히 꼴찌지만 경기력은 성남 이상으로 좋았다. 11위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승점차도 3점으로 좁혔다.
경기 뒤 수원 팬들은 모두 그라운드로 내려왔다. 수원 구단기를 걸기 위해 북쪽 골대 옆 깃발 게양대로 향했다.
놀랍게도 이 자리에는 이재명 성남 구단주도 함께했다. 이 시장은 염태영 수원 시장에게 승리를 축하하며 수원FC의 구단기가 올라가는 것을 지켜봤다. 경기 중 실점하는 장면에서 경직된 표정을 보였던 이 시장은 성남이 패한 뒤에도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하며 승부에 초연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조덕제 수원FC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승리 소감을 표현하느라 이 장면을 보지 못했다. 끝나고 나서야 보더니 "벌써 걸렸네"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깃발을 꽂으며 탄필드 점령을 알린 선수들에게 "고생했다"라며 격려를 잊지 않았다.
인터뷰룸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했던 패장 김학범 성남FC 감독은 선수대기실로 들어가 선수단에 불호령을 내렸다. "수원FC가 내건 깃발을 꼭 보라"라며 선수들의 정신력을 질타했다. 숙소로 돌아가기까지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선수대기실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 홈구장에 펄럭이는 수원FC의 구단기는 사흘 동안 내걸린다. 수원FC 관계자는 "이기고 나니 기분이 좋다. 반대로 수원 홈에서는 절대로 지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선수들도 느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남FC 관계자는 "판을 다 깔아주고 졌다"라며 통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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