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요즘 선수들은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를 하지 못해요."
울산 현대 윤정환 감독은 현역 시절 창의적인 패스로 돋보였던 미드필더였다. 부천 SK 시절 니폼니시 감독의 아기자기한 패스를 바탕으로 한 '니포 축구'를 몸으로 학습해 기량을 꽃피웠다.
물론 '감독' 윤정환이 이끄는 현실의 울산에서 니포 축구는 없다. 현재 울산은 선이 굵고 '선 수비 후 역습'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축구가 중심이다.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FC서울전에서도 울산은 두꺼운 수비를 바탕으로 버티며 0-0 무승부를 거뒀다.
윤 감독은 자신이 하고 싶은 축구와 반대되는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수 차례 승리라는 결과물이 중요하다며 항변해왔다. 경기 내용이 좋아도 결과가 나쁘면 팬들의 비판에 시달리게 된다며 결과에 초점을 맞춰 경기 운영을 했다.
당연히 윤 감독은 적응기가 끝나면 언젠가는 패스에 기반을 둔 축구를 시도하려는 마음도 있다. 현대 축구에 대해 "측면에서 풀어가는 것이 추세 아닌가. 물론 중앙 수비부터 미드필더, 최전방 공격수가 튼튼해야 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중요할까. 윤 감독은 "상대 진영에서 (패싱 축구를) 해야 한다. 요즘 선수들은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를 하지 못한다. 원터치 패스가 나와야 가능하지만 밋밋한 축구를 한다"라고 분석했다.
세계 축구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원인을 도전 의식 부족으로 꼽은 윤 감독은 "앞으로 침투하는 선수가 없다. 도전적이지 못하다. 실수를 할까 봐 그런 것 같다. 이런 것들이 바뀌어야 세밀한 축구가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윤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누가 할 수 있을까. 그는 전 국가대표였던 미드필더 겸 측면 공격수 한상운을 예로 들었다. "부상에서 복귀했는데 아기자기한 축구를 할 줄 안다"라고 말했다. 서울전에서 한상운은 후반 15분 이정협을 대신해 교체로 나서 원톱 멘디 아래서 패스로 공격을 조율했다. 컨디션만 올라온다면 힘이 아닌 세밀한 축구 구사가 가능한 자원이라다는 것이다.
팀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실리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는 윤 감독이 언제 자신의 이상을 마음껏 펼쳐보이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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