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FC서울 공식 부임 11일째인 황선홍(48) 감독은 여전히 적응 중이다. 자택에서 구리 클럽하우스를 오가는 것이나 선수들 모두를 확인하는 과정은 여전히 어색하다. 클럽하우스에서 생활하며 매일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던 부산 아이파크, 포항 스틸러스 시절과는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령탑을 맡고 정신없이 성남FC, 상주 상무전을 지휘했던 황 감독은 일주일의 여유가 주어진 뒤에야 선수단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오는 9일 울산 현대와의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까지 그나마 숨을 고를 기간이 생겼다.
7일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울산전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황 감독은 서울 적응 기간에 대해 "이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마음 같아선 내일이라도 적응 끝내고 싶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부산, 포항과 달리 서울은 완성도가 있는 팀이다. 황 감독이 욕심을 부리기에 충분한 우수한 자원도 많다. 리그 정상권 팀이라 황 감독의 지도력이 빨리 발휘되기를 바라는 팬들의 마음이 크다. 부임 기자회견 당시 '점진적 변화'를 선언했지만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황 감독은 "(적응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빨리 (내 지도력을) 나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과 공유를 해야 한다. 서로 인지를 하고 노력하면 적응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 같이 노력해서 해소해 나가겠다. 기간을 말하기는 어렵고 최대한 빠른 시기 안에 좋은 축구를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현재의 서울을 '혼란기'로 정의한 황 감독은 "다 새로 한다는 개념은 아니다. 그동안 좋은 경기를 했고 상황도 괜찮았기 때문에 약간 혼란의 시기를 겪는 것 뿐이다. 기본적으로 감독은 선수를 믿어야 된다. 충분히 극복을 할 수 있다고 생각 중이다"라고 답했다.
황 감독에게는 할 일이 태산같다. 부임 첫 승을 아직 올리지 못한데다 플랫4 수비에 기반을 둔 템포 빠른 패싱 축구도 이식해야 한다. 활용하고 싶은 미드필더 주세종과 이석현은 부상으로 빠져 있다.
공격의 한 축인 아드리아노는 성남전 퇴장으로 6일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4경기 추가 징계를 받아 오는 31일 포항전까지 출전하지 못한다. 지난달 29일 황 감독의 공식 부임 경기였던 성남전에서 수비수 임채민의 얼굴을 가격하고 심판에 거칠게 항의를 해 퇴장에 따른 2경기 출장 정지에 추가로 4경기 징계가 더해져 6경 출전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아드리아노를 두고 "그라운드에서 한 행위에 대해서는 감독으로 책임감을 느낀다. 본인도 반성하고 있다. 팬들에게 죄송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힘을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아드리아노는 워낙 자유분방한 성격이다. 황 감독이 어떻게든 품고 가야 하는 자원이다. 황 감독도 "계속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도 서울의 일원이다.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라면서도 "우리팀 안에서 능력을 발휘하도록 유도를 해야 한다. 계속 지켜보면서 해결하려고 한다"라며 열심히 밀고 당기기 중임을 강조했다.
포항 시절부터 극찬했던 데얀이 최근 부진한 것에 대해서도 "기회를 잃었다고 해도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여전히 믿음을 갖고 지켜보고 있음을 알렸다.
후방에서 빌드업 과정을 만들어줘야 할 주세종은 왼쪽 새끼발가락 골절로 재활 중이다. 황 감독은 "6주 진단을 받았는데 이제 4주차다. 오는 월요일(11일)에 엑스레이를 더 확인하고 완치가 되면 조깅을 시작하려고 한다. 만약 뼈가 붙지 않으면 더 재활을 해야 한다. 주세종과 이석현 등이 빨리 합류했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완벽한 경기에 집착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황 감독은 "감독이 바뀌면서 어지러운 것들의 정리가 끝나야 한다. 그래야 편안하게 할 수 있다. 열심히 하는 모습들은 보인다. 조급한 마음과 잘하고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줄여야 한다. 그런 점들이 계속 심리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여유를 가지면 훨씬 나아지리라 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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