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다 제 잘못입니다. 팬들의 마음 충분히 이해됩니다."
수원 삼성이 울산 현대에 허망한 역전패를 당하자 열 받은 수원 팬들이 구단 버스를 가로막았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팬 앞에 나서 사과를 해야 했다.
수원은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울산전에서 전반 10분 정승현의 자책골로 앞서가다 후반 추가시간 5분 동안 이재성과 멘디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1-2로 역전패했다.
이날 수원은 6월 29일 광주FC와의 17라운드 선발진에서 9명이나 교체해 나섰고 잘 버텼지만, 후반 막판 공중볼 경합에서 밀리고 집중력 저하로 어이없는 역전패를 했다.
올 시즌 수원은 이런 식의 경기가 잦았다. 앞서가던 경기가 무승부 또는 패배로 바뀌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결국 이날 화가 난 수원 팬 다수가 선수단 출입구까지 내려와 구단 버스 앞을 가로막았다.
팬들은 선수들이 나오기 전 "정신 차려 수원!"을 외치며 수원의 경기력을 성토했다. 선수단이 나오자 수원 팬들이 상대 구단의 비신사적인 축구를 비난하는 "그따위로 축구하려면~"으로 시작하는 응원가를 불렀다.
바로 앞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입구에는 울산 팬들이 선수들을 기다리기 위해 서 있었지만 수원 팬들은 신경 쓰지 않고 수원 선수단을 비난했다.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은 관중석에서 믹스트존과 선수단 버스 출입구까지 경기 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구조다. 울산 관계자는 "수원팬들이 웨딩홀 쪽을 통해 내려온 것 같다"라고 전했다.
수원 선수들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버스에 승차했고 팬들의 비난 구호는 계속 나왔다. 분노한 팬들의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서정원 감독이 버스에서 내려 직접 설득했다. 서 감독은 "팬들이 야유를 하는 것 이해한다. (지금의 상황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 내 잘못이다. 경기력을 잘 만들었어야 했는데 다시 한 번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팬들의 분노는 식지 않았다. 어디선가는 "(수원까지) 걸어가라"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른 팬은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자 서 감독은 "똑같은 패턴으로 나가지 않는다. 다시 다잡아 나가겠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 최대한 노력하겠다"라고 수 차례 반복해 사과했다.
그렇지만 팬들의 불신은 해소되지 않았다. 한 프런트 직원이 말리려고 하자 오히려 "프런트도 지금의 말을 잘 들으라"라는 비난이 돌아왔다. 서 감독은 "당연히 치고 올라가겠다. 여러분들이 마음 아파하는 것을 잘 안다. 실수하고 못 할수록 한 번만 더 괜찮다는 말을 해달라"라고 간절하게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서 감독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책임질 수 있다"라고 한 뒤에야 팬들은 해산했다. 약 20분 간 팬들이 보여준 집단 행동, 수원의 현실이 그대로 묻어 나온 장면이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