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꺾은 호지슨 감독, 케인 대신 바디 중용해 웃었다

[이성필기자] 웨일스와의 '영국 더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잉글랜드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잉글랜드는 16일 밤(한국시간) 프랑스 랑스의 스타드 펠릭스 볼라르트에서 열린 웨일스와의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1승 1무(승점 4점)가 된 잉글랜드는 조 선두로 올라섰다.

이날의 승리를 두고 영국 언론 대부분은 로이 호지슨 감독이 자신의 철학을 굽힌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호지슨 감독은 러시아와의 1차전과 마찬가지로 라힘 스털링(리버풀)-해리 케인(토트넘 홋스퍼)-애덤 랄라나(리버풀) 공격 삼각편대를 가동했다. 그런데 이들 공격진은 부조화를 일으켰다. 웨일스의 촘촘한 수비에 별다른 임기응변도 보여주지 못했다.

대회를 앞둔 평가전부터 호지슨 감독이 꾸준히 중용했던 케인이 별다른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케인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수세적으로 나오는 팀에 종종 막히는 경우가 있었다.

전반 웨일스에 한 골을 허용하며 0-1로 끌려가자 결국 호지슨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케인과 스털링을 빼고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와 다니엘 스터리지(맨체스터 시티)를 전격 교체 투입했다. 스피드와 공간 활용 능력이 좋고 자신감도 있는 둘의 장점을 살려 반격에 나선 것이다.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바디가 후반 11분 1-1 동점을 만들었고, 스터리지가 종료 직전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영국의 대중지 데일리 데일은 '호지슨 감독의 과감한 변화가 만든 승리'라고 분석했다.

평소 호지슨 감독은 자신이 활용하는 전술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이 있다. 중용하는 선수 역시 쉽게 교체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날 웨일스전에서 후반 빠른 변화를 시도하는 능동적인 자세를 보여줬다. 그 결과 전반 6개의 슈팅이 전부였던 잉글랜드의 공격은 후반 15개의 슈팅이 쏟아지는 효과로 이어지면서 역전승을 일궈냈다.

호지슨 감독도 이런 평가에 동의했는지 경기 후 "바디가 자신감이 충만했다. 반대로 케인은 체력적으로 지쳐 보였고 위축된 모습도 있었다"라며 선수 교체를 과감하게 가져간 결과에 대해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러'는 "호지슨 감독의 선수 교체로 잉글랜드는 웨일스의 수비를 흔들었고 두 골을 넣으며 이겼다. 컨디션이 좋았던 바디와 스터리지를 믿고 잘 활용했다"라고 분석했다.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중앙 미드필더로 이동시켰던 것도 신의 한 수였다. 루니는 헌신적으로 뛰어다니며 경기를 조율했다. 이렇다 할 중앙 미드필더가 없던 상황에서 루니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속 빈 강정이라는 쓴소리를 들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들이 호지슨 감독을 웃게 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