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그야말로 슈틸리케호의 민낯이 드러난 경기였다.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패스와 효율적인 압박이 필요하다는 것을 처절하게 확인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 새벽(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1-6으로 참패를 당했다. 한국대표팀의 6실점은 지난 1996년 아시안컵 8강전서 이란에 2-6으로 패한 이후 20년 만이다.
한국 선수들은 장시간 여정과 시차 등 여러 가지 악조건을 안고 스페인과 싸웠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와 상관없이 체력 저하는 물론 정신력까지 흔들리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두 손을 들었다.
가장 큰 아쉬움은 그라운드 안에서의 리더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스페인의 패스마스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FC바르셀로나)의 동선만 쫓아다니다 시간을 보냈다. 몇 차례 전방으로 열어주는 패스를 했지만 견고한 스페인의 압박으로 무용지물이었다.
계속된 실점 속에서 전열이 무너져 리더를 찾기는 더 어려웠다. 평가전의 성격상 6명이나 선수 교체를 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누군가가 중심을 잡아줘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확실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고민만 하다가 90분을 보냈다.
스페인의 타이트한 압박을 푸는 방법도 없었다. 이날 스페인은 한국이 자기 진영 미드필드까지 들어와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크 부근까지 오면 두세 명이 효율적인 압박으로 슈팅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스페인은 기회만 생기면 간단하게 골을 만들어냈다. 공격진의 컨디션이 제각각이었던 한국 입장에서는 허무할 수밖에 없었다. 의욕은 있었지만, 요령은 없었던 한국대표팀이다. 무턱대고 체력만 앞세워 스페인을 압박해도 그들은 감각적인 패스로 공간을 만들어갔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소년 시절부터의 습관 차이를 예로 들었다. 완패를 당한 후 슈틸리케 감독은 "어릴 때부터 선수 육성을 잘 해야 성인 대표팀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스페인은 즐기면서 했는데 기술적으로 풀어나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부분이 우수하면 전술적인 것에서 많이 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대로 한국은 효율적이지 않은 움직임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 역시 능동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다. 워낙 일방적으로 끌려가다 보니 그 역시 자신의 오랜 경력과 한국에서의 경기 경험을 제대로 녹여내지 못했다. 수장과 선수단 전체가 중심을 잡지 못한 미숙함을 그대로 노출하고 만 스페인전이었다.
그나마 평가전이라 다행이었다. 단일 대회나 월드컵 예선이었다면 치명타가 될 수 있는 패배다. '실수 선물세트'를 받아든 슈틸리케호가 오는 5일 체코와의 경기에서 얼마나 개선된 모습을 보이느냐가 매우 중요해졌다. 빠른 처방을 통한 극복 능력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팀의 현재 수준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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