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4년 만에 스페인과 다시 만난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에게는 악몽같은 한 판이었다.
김진현은 1일 밤(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에 한국대표팀 골키퍼로 나섰다. 193㎝의 장신인 김진현의 공중볼 장악 능력과 안정적인 볼 컨트롤에 대한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감이었다.
스페인과는 인연이 깊은 김진현이다. 2012년 5월 30일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이 그의 국가대표 데뷔전이었다. 당시 김진현은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고 4골이나 허용하며 1-4로 패하는 쓴맛을 봤다.
절치부심한 김진현에게는 한풀이 기회였다. 스페인을 상대로 선방 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여름 김진현이 쇄골 골절 부상으로 국가대표에 올 수 없게 되자 쾌유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보내는 등 각별히 아꼈다. 지난 3월 23일 레바논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 복귀한 김진현은 무실점 1-0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만난 스페인은 악몽이 되고 말았다. 전반 11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FC바르셀로나)의 중거리 슈팅이나 20분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의 슈팅을 막는 상황까지는 좋았다. 30분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의 프리킥은 오른쪽 골문 구석으로 들어갔다. 김진현이 몸을 날렸지만 킥 자체가 워낙 예리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첫 실점 후 불과 1분 뒤인 31분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장현수가 뒤로 흘려준 볼을 잡는 과정에서 뛰쳐나오다 볼을 놓쳤다. 순간 알바로 모라타(유벤투스)가 달려들어 당황했는지 평소답지않게 볼을 놓쳐버렸고 이는 뒤로 흘러나와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의 골로 연결됐다.
38분에는 마누엘 놀리토(셀타 비고)에게 실점했다. 세자르 아즈필리쿠에타(첼시)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연결한 패스를 잡으러 나오다가 순간 멈칫했다. 이 작은 판단 실수는 놀리토가 먼저 볼을 선점하는 상황으로 이어졌고 김진현은 넘어지며 잡으려다 가랑이 사이로 실점하고 말았다.
자신감을 상실한 김진현은 후반 5분 모라타에게 헤딩골을 허용했다. 이 역시 코너킥을 차단하는 과정이 아쉬웠다. 왼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잡으러 나오다가 잘못된 위치 선정으로 펀칭을 못하고 허망하게 실점했다. 심리적으로 무너진 김진현은 이후에도 계속되는 실점에 양팔을 허리에 올리고 그라운드만 멍하니 바라봤다. 이후에도 김진현은 두 골을 더 내주며 모두 6골이나 실점했다.
후반 교체멤버 주세종의 골로 한국은 겨우 영패는 면했지만 1-6 패배라는 참담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스페인전을 또 경험한 김진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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