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슬럼프 맞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정훈은 지난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그는 135경기에 나와 타율 3할(486타수 146안타) 9홈런 62타점 16도루를 기록했다. 수비에서 다소 불안한 장면을 종종 보이긴 했지만 타석에서만큼은 KBO리그 내에서 무시할 수 없는 기량을 선보였다.
그라운드에서 흘린 땀과 노력은 보상을 받았다. 올해 연봉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2억원을 넘었다. 훈훈한 겨울을 보냈고 새로운 다짐을 하며 올 시즌을 준비했다.
정훈은 '사연'이 많은 선수다. 지난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가 방출된 뒤 야구공을 손에서 놨다.
현역으로 군 입대를 하고 전역 후 야구선수가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하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고 두 번째 육성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야구에 올인했고 결국 1군 붙박이 주전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런데 올 시즌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팀이나 자신이 기대하고 있는 성적에 훨씬 못미친다. 정훈은 19일 현재 타율 2할4푼6리(142타수 35안타)에 그치고 있다. 홈런은 아직 한 개도 치지 못했고 15타점 1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이 구상하고 있는 이상적인 타선 중 하나는 정훈에게 톱타자를 맡기는 것이다. 정훈은 시즌 초반 톱타자로 나서기도 했다. 부진이 길어지자 하위타순으로 이동했다. 출루율도 3할3푼3리로 규정타석(124타석)을 채운 롯데 타자들 중 짐 아두치(3할6리)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정훈은 "잘 맞은 타구가 수비에 걸려 아웃되고 그런 문제가 아니다"라며 "나 스스로도 정말 답답하다. 공을 맞히기 급급한 스윙을 하고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조 감독도 최근 "(정)훈이의 호쾌한 스윙을 못 본 지 꽤 됐다"고 할 정도다. 정훈은 타격폼이 독특하다. 극단적인 어퍼 스윙이 트레이드 마크다.
정훈은 "그 동안 타격폼을 바꾸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내게 맞는 옷이라고 생각해서 밀고 나갔다"며 "성적이 좋지 않다보니 계속 신경쓰게 되고, 그러다보니 내 스윙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건 자신과의 싸움이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도 부진 탈출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정훈은 "말처럼 쉽다면 정말 좋겠다"며 "어떻게 하든 부진에서 벗어나는 길밖에 없다. 스스로가 더 강해져야 한다"고 했다. 정훈이 본 궤도에 올라줘야 롯데 타선도 더욱 단단해진다. 시즌 개막 후 전체적인 타선에서 엇박자가 나는 이유 중 하나가 정훈의 부진 때문이다.
정훈은 1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원정경기에서 오랜만에 멀티히트를 쳤다. 2루수 겸 8번타자로 선발출전한 그는 특히 경기 막판 역전, 재역전이 반복되던 9회 공수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정훈은 롯데가 2-3으로 뒤져 패색이 짙던 9회초 2사 1, 3루 상황에서 내야안타를 쳐 3-3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드는 동점 타점을 기록했다.
롯데가 4-3으로 승부를 뒤집은 뒤 맞은 9회말 수비에서는 2사 2루 위기에서 이진석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낸 뒤 재빨리 1루로 송구해 이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롯데는 SK를 꺾고 2연패에서 벗어났고 두산 베어스와 주말 3연전 준비를 위해 부산으로 이동했다.
정훈에게 올 시즌 두산전은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치른 두산과 잠실 3연전에서 정훈은 모두 안타를 쳤다. 8일 경기에서는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제몫을 했다. 두산전에서 타격감을 끌어올린다면 슬럼프 탈출에 청신호를 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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