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시즌 초반 '배리 본즈급'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김재환(28, 두산 베어스)의 성적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바로 볼넷이다. 의외로 상대 투수들이 '피해가지 않는' 모습이다.
김재환은 올 시즌 27경기 97타석에서 볼넷 9개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타수(87) 대비 10%의 비율로 준수한 편이지만 엄청난 홈런 페이스에 비하면 그리 많다고 볼 수 없는 수치다. 상대 투수들이 꾸준히 정면승부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서운 몰아치기
몰아치기 능력이 뛰어난 김재환이다. 올 시즌 2경기 연속홈런을 3차례나 나눠서 기록했다. 지난달 22∼23일 잠실 한화전, 이달 7∼8일 잠실 롯데전, 그리고 15일 고척 넥센전과 17일 잠실 KIA전에서 연속경기 홈런을 때려냈다. 눈에 띄는 부분은 김재환의 홈런이 연속해서 터진 날은 볼넷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의 홈런파워가 빛을 발하는데도 상대 투수들은 피해가지 않고 정면승부를 펼치는 담대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김재환의 무서운 홈런 페이스 뒤에는 이처럼 상대 투수들이 보이지 않게 도와준 측면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걸리면 넘어가는 김재환의 스윙은 상대 팀 입장에선 공포스럽기 짝이 없다. 특히 승부처에서 그와 만나게 된다면 웬만하면 피해가고 싶은 마음이 들 법도 하다.
그러나 두산을 제외한 나머지 9개 팀들은 아직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 올 시즌 김재환은 아직 고의사구를 얻은 적이 없다. 상대 배터리가 상대할 뜻이 없다는 의미로 포수가 일어나서 공을 받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다만 지난 4일 잠실 LG전과 10일 인천 SK전에서 한 경기 2홈런을 친 다음날은 (고의사구가 아닌) 볼넷을 한 개씩 기록한 적이 있다. 그의 홈런파워가 한껏 발휘된 다음 경기에선 상대 투수들도 어느 정도 의식을 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김재환은 '막스윙'과 거리가 먼 선수이지만 끈질기게 상대 투수를 물고 늘어지는 타자도 아니다. 공을 오래 보기 보다는 칠 만한 공이 오면 주저없이 배트를 휘두르는 유형이다. 올 시즌 기록한 12개의 홈런 가운데 초구 홈런이 무려 8개나 된다. 2구째에 홈런을 친 적도 한 번 있다. 상대 투수들로선 '아무 생각 없이' 초반 정직하게 공을 던지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타순 보호 효과 크다"
김재환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나는 오래 기다리는 타자는 절대 아니다. 그냥 눈에 보이면 사정없이 휘두르는 타자이지 침착한 면과는 거리가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 "내가 아직은 상대 투수들이 무서워 할 만한 타자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특별히 상대가 피해갈 만한 상황도 없었던 것 같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오히려 그가 꼽은 가장 큰 이유는 '뒷 타자'에게서 찾을 수 있다. 김재환은 '양의지 효과'가 결정적이었다고 강조한다. "내 뒷 타순(5번)에 의지 형이 주로 나섰는데, 아무래도 상대 팀 입장에선 나를 그냥 내보내면 더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지 않겠나. 의지 형이 나보다 훨씬 무서운 타자이니 말이다"고 했다. 이른바 '타순 보호 효과'로 인해 상대 투수들이 정면승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두산은 조만간 '또 다른 4번타자' 오재일이 1군에 합류하면 김재환과 오재일을 동시에 중심타선에 배치하겠다는 전략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루수와 지명타자 좌익수 등) 포지션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서인지 해당 위치의 선수들이 남다른 눈빛으로 나를 쳐다볼 때면 고민이 크다"면서도" 재환이와 재일이는 그래도 써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물론 상황에 따라 계획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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