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정말 몰랐어요."
1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성남FC-광주FC전 분위기는 차분했다.
성남은 이날 경기를 골키퍼 전상욱(37)의 고별전으로 치렀다. 전상욱은 팀 전신인 성남 일화 시절인 2005년 입단해 2010~2012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뛰다가 2013년 다시 성남으로 돌아왔다.
구단의 레전드인 전상욱은 말이 많지 않지만 행동으로 후배들을 이끄는 행동파였다. 올 시즌에는 올림픽대표팀 신태용호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는 김동준이 입단해 골문을 지키면서 전상욱은 사실상 조력자 역할로 밀려났다.
이날 전상욱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뛰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최근 건강 상태가 극도로 나빠져 고민을 거듭했고 김학범 감독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김 감독도 고심하다 전상욱의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떠나보내기로 결정했다. 김 감독은 "(전)상욱이가 몸이 좋지 않아 스스로 어렵다고 하더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성남 구단 사무국도 이날 광주전이 전상욱의 고별전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몸이 좋지 않은 것을 알지 못했다. 평소에 정말 친절한 선수였다"라고 전했다.
전상욱은 경기 시작 후 육상 트랙에서 동료들과 몸을 풀며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동료 선수들은 전상욱의 고별전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뛰었다. 후반 15분 티아고의 골이 터지자 일제히 전상욱을 향해 뛰어가 격하게 끌어 안았다. 전상욱을 위한 조용하지만 의미있는 세리머니였다.
김학범 감독은 성남이 2-0으로 앞선 종료 직전, 마지막 남아 있던 교체 카드로 전상욱을 투입했다. 김동준은 재빨리 뛰어 나와 그를 꽉 안았고, 홈팬들은 기립 박수와 함께 전상욱의 이름을 연호했다. 전상욱은 마지막 골킥을 차는 것으로 임무를 마치며 성남과 작별을 고했다.
한편, 광주 선수들에게도 이 경기는 나름 의미가 있었다. 공격형 미드필더 김민혁(24)을 위해 뛰었다. 김민혁은 지난달 28일 부친상을 당했다. 평소 대장암을 앓고 있던 아버지가 운명을 달리했고 사흘 내내 빈소를 지켰다.
30일 팀으로 복귀한 김민혁은 남기일 감독에게 이날 성남전에 출전하겠다는 마음을 전달했다. 김민혁은 올해 FC서울에서 광주로 이적, 의욕적인 활약을 해왔다. 부친상의 아픔을 딛고 팀을 위해 뛰며 하늘의 아버지를 기리는 마음을 전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남 감독은 "경기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일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선수 본인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뛰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밝혀 뛰게 했다. 팀원 모두 김민혁의 활약을 바라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민혁은 몸을 던지며 광주의 공격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정조국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등 죽을 힘을 다해 뛰는 모습이었다. 비록 팀은 0-2로 패했지만 김민혁의 정성은 하늘의 아버지에게 닿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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