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상대가 잘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는 전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올 시즌 처음이자 통산 77번째 슈퍼매치도 물론 그랬다. 치열한 몸싸움은 기본, 서로 눈치를 보며 한 골을 노리는 작전이 시종일관게 펼쳐졌다.
경기 전 수원 서정원 감독은 "상대에게 끌려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못한다"라며 강점인 2선 공격진 활용을 통해 승부수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전형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서울의 주포인 아드리아노-데얀 투톱을 막겠다는 의지였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세트피스와 뛰는 양, 선제골 싸움이 승부의 관건이다"라며 치밀한 플레이를 예고했다. 서울은 이날 주전 골키퍼 유현 대신 유상훈을 넣었다. 최 감독은 "유상훈이 수원전에 유독 잘한다. 세프피스나 가로지르기 등 공중볼 장악 능력이 좋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수원 측면에서 염기훈이 올리는 왼발 가로지르기를 다분히 의식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양 팀은 상대를 알고도 당했다. 전반 6분 수원이 먼저 골맛을 봤다. 공격 2선의 중심 권창훈의 드리블과 패스가 서울 수비를 허물었다. 수비에 두 번이나 맞고 나왔는데도 골까지 연결됐다. 권창훈이 염기훈에게 내준 공이 크로스로 문전의 권창훈에게 왔고, 슈팅이 막혀 옆으로 흐르자 좋은 위치에 있던 산토스가 골로 마무리를 지은 것이다.
수원은 산토스와 염기훈에게 지속적으로 볼을 보내 공격을 풀어갔다. 기회가 생기면 권창훈이 중앙에서 마무리를 짓는다는 전략이었다.
서울은 환상의 콤비 아드리아노-데얀이 역시 최고의 기량을 보였다. 둘은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수원 수비의 불안을 야기했다. 결국 후반 12분 아드리아노가 동점골을 넣었다. 양상민이 골키퍼 노동건에게 백패스를 주려는 것을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가로채 로빙슛, 골맛을 봤다.
후반 중반을 넘어 한 골 승부가 되면서 양 팀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최대한 활용했다. 수원은 권창훈이 공간을 열어주며 공격을 만들었다. 답답했던 서울은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을 빼고 공격적인 이석현을 넣어 주세종을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수를 썼다.
서울은 데얀을 빼고 넣은 박주영이 아드리아노와 함께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으로 수 차례 기회를 만들었다. 두 명의 효율적인 움직임에 수원은 이정수, 오장은을 빼고 백지훈, 곽희주를 넣으며 수비를 새로 정비하는 수고를 했다.
경기 내내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공방은 흥미로웠다. 1-1 무승부로 끝나 최종 승자는 없었지만 장점을 앞세워 치고 받는 승부는 역시 슈퍼매치가 명불허전임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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