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김용희 SK 와이번스 감독의 표정은 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밝지 못했다. 지난주 롯데 자이언츠와 주중 3연전을 치르기 위해 사직구장을 찾은 김 감독은 취재진과 담담하게 얘기를 나눴지만 걱정은 숨길 수 없었다.
SK는 올 시즌 개막 3연전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냈다. kt 위즈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거두지 못했다. 롯데를 만나서도 그랬다. 3연패를 벗어나긴 했지만 1승 2패로 밀려 위닝시리즈를 이루지 못했다.
김 감독은 "투타 밸런스가 안맞는 상황은 시즌 중 어느 팀이든 몇 차례 닥친다"면서도 "개막 초반부터 이런 상황을 맞이해 조금은 그렇다"고 안타까워했다.
SK는 시즌 초반 팀 타선이 동반 부진했다. 득점 기회를 잡아도 번번이 이를 놓쳤다. 김 감독이 "타자들이 주자를 불러들이고 설겆이를 잘 해줘야 할텐데"라고 농담삼아 말을 했지만 답답한 속내를 엿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외국인타자 헥터 고메즈의 부진이 신경이 쓰였다. 고메즈는 KBO리그 첫 경기였던 지난 1일 kt전에서는 4타수 1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무난한 데뷔전을 가졌다.
그런데 다음날 5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면서부터 타격감을 잃었다. 이후 떨어긴 감을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했다. 김 감독은 유격수를 맡고 있는 고메즈에 대해 "타율 2할7푼에 20홈런 정도면 충분히 제몫을 해주는 것"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고메즈는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기대에 한참 모자라는 성적을 보였다. 이 때문에 타순도 조정했다. 테이블세터에 들어있던 고메즈는 하위타순인 7번까지 내려갔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활력소가 돼줘야 할 고메즈지만 방망이에 힘이 빠지면서 고개를 숙이는 일도 많아졌다. 김 감독은 이런 고메즈를 감쌌다.
그는 "외국인타자의 경우 리그에 적응할 시간은 분명히 필요하다"며 "국내 타자와 달리 외국인 타자는 (타석에서)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새로운 리그로 와 초반에 상대 투수와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지면 괜찮은데 고메즈처럼 그 부분에서 어긋나면 적응에는 시간이 더 걸리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고메즈가 좀 더 영리하게 대처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그는 "초반 몇 경기 연속으로 부진하다고 해서 바로 빼지는 않겠다"며 "일단 계속 선발 기용을 한다"고 믿음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했다. 고메즈에게 시간을 충분히 준다는 의미다. 김 감독은 "앞으로 좀 더 지켜는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 경기 펑펑 안타를 쳐내진 않지만 고메즈는 김 감독의 믿음에 조금씩 보답을 했다. 지난 10일 안방인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고메즈는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홈런 손맛을 봤다.
SK가 1회말 2-3으로 뒤진 가운데 2사 1, 2루 상황에서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선 고메즈는 LG 선발 류제국이 던진 3구째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역전 3점포로 장식한 것이다.
고메즈는 이날 유일한 안타를 홈런으로 기록했다. SK는 고메즈의 한 방으로 뒤집은 점수를 끝까지 잘 지켜내며 7-6으로 이겼다. 고메즈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SK는 안방에서 LG를 상대로 치른 주말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고메즈의 타격감이 살아날 수 있는 계기도 만든 셈이다. 고메즈는 10일까지 타율이 여전히 1할대(1할4푼7리)에 머물고 있지만 LG전 홈런을 통해 반등의 조짐을 보였다. 팀도 7일 롯데전 승리 이후 4연승으로 상승 기세도 탔다. SK의 이번주 성적을 기대해볼 만한 상황이다.
SK는 이번 주중 3연전과 주말 3연전 상대로 각각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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