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반환점을 돌고 나니 밀집 수비라는 복병이 다가왔다. FC서울에 고민 아닌 고민이 생긴 셈이다.
서울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산둥 루넝(중국)과 0-0으로 비겼다. 3승 1무(승점 10점)를 기록한 서울은 조 1위를 유지했지만, 산둥(7점)을 멀리 떼어내지는 못했다.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 6점)가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0점)를 2-0으로 이겨 오히려 승점 차가 좁혀졌다.
이날 산둥은 작정하고 수비로 내려섰다. 원톱 양쉬와 왼쪽 측면 공격수로 브라질 국가대표까지 지냈던 디에고 타르델리를 제외하면 철저하게 수비에만 힘을 쏟았다. AFC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슈팅수는 11-4, 유효슈팅 5-1로 서울이 앞섰다. 후반에는 산둥이 딱 1개의 슈팅만 할 정도로 수비로 일관했다.
산둥의 마누 메네제스 감독은 자존심을 버리고 실리적으로 접근해 승점 1점을 가져갔다. 2위로라도 16강에 가기 위해 산둥은 홈에서 1-4로 패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함부로 공격에 나서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서울은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산둥전 무득점 무승부로 서울은 향후 남은 두 경기에서 부리람과 히로시마전은 물론 16강 이후에도 상대의 수비 위주 축구에 대응책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얻었다.
부리람은 1승도 하지 못한 채 서울과 만난다. 서울전은 열세가 뻔하니 산둥처럼 한 수 접고 밀집 수비로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홈에서 서울에 0-6으로 완패하며 호된 맛을 봤기에 더욱 몸을 사릴 전망이다. 히로시마도 최종전에서는 서울의 상황에 따라 실리축구를 구사할 수 있다.
최용수 감독은 산둥전 후 "한 번의 기회가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웠다. 1-0이나 3-0 승리 모두 똑같은 승점 3점을 받는다"라며 승리 자체가 중요함을 강조한 뒤 "상대 수비 지역에 들어갔어도 섬세함이 없었는데 그것을 뚫어내야 더 큰 목표를 가지고 갈 수 있다"라며 세밀한 공격을 통해 수비를 허물고 골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4월 일정이 험난하다. 전남 드래곤즈(원정), 광주FC(원정), 수원FC(홈), 부리람(홈), 울산 현대(원정), 수원 삼성(원정), 히로시마(원정) 등 산둥전 이후에도 한 달 사이 7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의 성격과 상황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공격의 동력이 떨어지게 되면 상대 수비에 막히는 상황과 얼마든지 맞닥뜨릴 수 있다. 수 차례 경기를 통해 공격 패턴도 어느 정도 노출됐다.
지난달 전북 현대와의 개막전에서도 아드리아노-데얀 투톱이 맹공을 퍼부었지만 수비에 막혔다. 특히 몸을 던지는 전북의 이호에게 모든 볼이 차단 당했다. 산둥전에서도 다이린, 질 등 수비라인이 몸을 내던져 서울의 공격을 막았다. 이런 방식은 K리그 팀들이 빨리 응용한다는 점에서 두 대회를 병행하는 서울에 골치거리가 아닐 수 없다.
최 감독은 선수 기용의 다양성으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K리그에서 선수들의 체력 안배 등을 생각하며 출전을 배분한다는 이야기를 수 차례 한 바 있다.
최 감독은 "리그도 병행해야 하는데 적절한 상황을 봐서 기존 선수들 외에도 대체 선수들이 준비를 잘 하고 있다"라며 출전의 배분을 통해 동기부여를 높이면서 상대 수비도 뚫고 승리도 얻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했다. 서울식 정면 돌파를 선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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