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 클래식 초반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승격팀 수원FC,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수원FC는 지난 3일 광주FC와의 K리그 클래식 3라운드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생각보다 빨리 승격 후 첫 승을 신고했다. 빨리 1승만 올린다면 마음의 부담을 덜고 나머지 경기를 잘 이어갈 수 있다는 조덕제 감독의 전략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수원FC 선수들 가운데 단연 화제의 중심은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 마빈 오군지미(29)다. 오군지미는 광주전 후반 15분 교체로 나서 37분 동점골을 넣었고 44분 이승현의 결승골에는 골대에 맞고 나오는 슈팅으로 사실상 기여를 하는 등 위력을 과시했다.
오군지미의 맹활약은 팀을 하나로 묶는 데 크게 일조했다. 몇몇 선수들은 경기 후 광주전 동영상을 다시 돌려 보면서 오군지미의 움직임과 슈팅 동작을 꼼꼼히 살폈다고 한다. 그의 슈팅과 움직임 등이 다른 선수들에게 일종의 교과서가 된 셈이다.
오군지미는 동점골을 넣을 당시 김근환의 헤딩 패스를 그대로 논스톱 슈팅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승현의 결승골 직전에는 김근환이 발뒤꿈치로 패스한 것을 한 번 접지 않고 곧바로 골대 오른쪽으로 슈팅했다. 이 장면을 유심히 본 수원FC 선수들은 "나라면 한 번 방향을 접고 슈팅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더 좋은 슈팅 각도를 찾기 위해서다. 그런데 오군지미는 곧바로 슈팅으로 마무리하더라. 판단력이 돋보였다"라는 평가를 했다고 한다.
중앙 수비수 블라단(29)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는 오군지미는 블론 아드리안 레이어(30), 하이메 가빌란(31) 등의 빠른 팀 정착을 돕고 있다. 생활 한국어가 되는 블라단은 인터넷 사용부터 맛집까지 꿰고 있다. 시간이 나면 외국인선수들과 함께 식사하며 타향살이에 적응하기 어려운 이들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주장이자 선참급인 이승현(31)이 마음의 부담을 던 것도 승리가 가져다준 수확이었다. 이승현은 전지훈련 내내 선수들의 기본 생활부터 정리하려 애를 썼다. 정리정돈이 습관인 이승현은 숙소에서 선수들이 빨래를 아무렇게나 놓아두는 것을 보고 정리를 강조했다. 기본 생활부터 잘 해야 경기 집중도 잘 할 수 있다는 지론에서다.
이런 깔끔한 리더십은 선수단 숙소에서도 마찬가지로 발휘되고 있다. 전북의 클럽하우스에서 생활해봤던 이승현은 동료들이 기본에 충실하기를 바랐다. 숙소가 경기장 바로 옆에 있다고 훈련 시간에 늦게 나오는 것은 용납하지 않았다. 할 때는 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쉬어야 한다는 것을 어린 선수들에게 주지시켰다.
전지훈련부터 내부적으로 설정했던 통금시간도 있다. 알아서 자신들을 제어하는 성인이라고는 하지만 밤 10시까지는 외출에서 복귀해야 한다. 규칙을 정하면 모두가 지켜야 한다는 것을 습관화 하라는 숨은 뜻이 있다. 베테랑들이 앞장서 팀을 이끌면서 수원FC만의 정돈된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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