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 클래식 승격팀 수원FC가 절대 만만한 팀이 아니라는 것을 시즌 초반부터 보여주고 있다. 그 이면에는 연구하는 조덕제 감독의 화려한 전술과 선수기용술이 있다.
수원FC는 2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라운드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1승 2무(승점 5점)로 무패를 달렸다. 전남 드래곤즈, 성남FC라는 깐깐한 상대와 각각 0-0, 1-1로 비겼고 광주FC에 승리했다.
광주전 승리는 향후 수원FC가 어떤 경기를 보여줄 것인지를 확인시켜줬다고 할 수 있다. 이날 수원FC는 0-1로 끌려가다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 마빈 오군지미가 후반 15분 교체 투입된 뒤 37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김근환의 헤딩 패스를 오른발로 시원하게 골망을 갈랐다. 44분에는 김근환의 발뒤꿈치 패스를 받아 오군지미가 왼발로 슈팅한 것이 오른쪽 포스트 하단에 맞고 나왔고 이승현의 재차 슛이 결승골로 이어졌다.
조덕제 감독은 전반은 물론 후반 두 골 과정에서 기묘한 전술과 선수 활용을 보여줬다. 전반 29분 왼쪽 측면 공격수 윤태수가 광주 수비에 막히자 클래식 승격 첫 골을 터뜨렸던 김병오를 일찌감치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김병오의 화려한 돌파와 뒷공간 침투 등 움직임을 활용하려는 심산이었다. 김병오는 33분 크로스바에 맞는 슈팅을 날리는 등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오군지미가 투입된 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던 김근환을 전방으로 올려 투톱으로 활용했다. 193㎝의 김근환이 헤딩 경합에서 이겨내면 186㎝의 오군지미가 리바운드 볼을 얻어내 슛 기회를 엿보는 방식이다. 높이가 있는 두 사람이 전방에 서자 광주 수비는 제공권에서 밀리기 시작하더니 경기 주도권을 내줬고 두 골을 허용했다.
특히 김근환의 다목적 활용이 백미였다. 김근환은 당초 중앙 수비수 요원으로 영입한 자원이었다. 그러나 청소년 시절 공격수로도 활약했다. 국가대표로도 뽑혀 공수 양면의 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조 감독은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전남, 성남전에서는 수비에 무게를 두고 김근환을 수비라인 앞에 배치해 1차 저지선을 형성했고 효과를 봤다. 상대팀은 블라단(192㎝)과 아드리안 레이어(187㎝) 두 중앙 수비수를 넘기 전에 김근환을 먼저 넘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스테보, 오르샤(이상 전남 드래곤즈), 황의조(성남FC) 등 클래식 정상급 공격수들은 이들이 만든 벽 통과에 실패했다.
광주전에서는 김근환을 공격쪽에서 활용해 효과를 봤다. 높이에 힘까지 있어 두 골이 터지는 과정 모두 김근환이 관여했다. 조 감독의 빠른 판단에 따른 전략적 배치가 빛을 본 순간이었다.
향후 조 감독은 오군지미에 대해서는 후반 20~30분씩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김근환에 대해서는 공격으로의 활용을 예고했다. 조 감독은 "김근환은 변칙 작전으로 기용했는데 잘 했다"라고 평가한 뒤 "가빌란을 오군지미와 함께 투입하려고 했다. 그런데 미드필더인 가빌란은 체력이 되지 않으면 패싱 능력이 떨어진다. 오군지미는 앞에 서 있다가 적당하게 움직이면서 한 방을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투입 시간과 위치 등을 조절하겠다고 전했다.
광주 남기일 감독도 "골을 넣을 수 있고 페널티지역 안에서 슈팅을 연결할 수 있는 선수"라며 오군지미의 존재감으로 충분히 공격이 위력적이라는 평가를 했다.
조 감독의 축구는 측면에서 시작된다. 측면에서 가로지르기(크로스)를 많이 시도해 중앙에서 마무리를 짓는 방식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가빌란까지 돌아오면 수원FC는 더욱 무서운 팀이 될 전망이다. 가빌란의 투입에 대해서는 "상주 상무나 울산 현대전에 내세우려고 한다. 90분을 뛰기는 어렵지만 이른 시일 내 나오리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가빌란까지 가세하면 척추를 바로 세워 측면을 활용하는 조 감독의 축구는 더욱 극대화된다. 클래식 두 경기를 치른 뒤 긴장을 놓으면서 평생 걸리지 않았던 감기를 안고 광주전을 지휘했던 조 감독은 기분 좋은 첫 승리를 맛봤다. 튼튼한 팀으로의 변신을 예고한 수원FC가 초반 돌풍에서 태풍으로 진화할지, 궁금증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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