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과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인연이 많다. 선수시절 한양대 선, 후배 사이로 처음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둘은 실업과 프로에서는 삼성화재에서 다시 만났다. 현역시절 국내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였던 김 감독은 역시 최고의 세터로 활약했던 최 감독의 토스를 받아 호쾌한 스파이크를 꽂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세월이 흘러 둘은 현역 선수 생활을 접었고 지도자로 '제2의 배구인생'을 시작했다. 그리고 올 시즌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양 팀 사령탑으로 만났다.
2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3차전 경기 시작에 앞서 김 감독과 최 감독은 진한 포옹을 했다. 선전을 다짐하는 동시에 서로를 격려하는 의미였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김 감독과 최 감독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코트 안에서 뛰는 선수들만큼이나 두 감독도 경기 흐름과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치열한 벤치 싸움을 벌였다.
3세트 13-13 상황에서 나온 비디오판독과 재심 요청에 따른 신경전이 대표적이다. 결과는 현대캐피탈의 득점으로 인정됐지만 김 감독과 최 감독은 서로 팽팽히 맞섰다.
재심에 대한 기각과 판정 번복이 이어지며 경기는 5분 정도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상록수체육관을 찾은 현대캐피탈 원정 응원단은 '최태웅'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러자 OK저축은행 홈팬들도 이에 맞서 '김세진'을 외쳤다.
재심 판정이 내려지기 앞서 최 감독이 눈에 띄는 동작을 취했다. 그는 원정팬들이 앉아 있는 관중석쪽을 향해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는 박자에 맞춰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흔들었다.
최 감독은 현대캐피탈이 3-1 승리로 2패 뒤 1승을 따낸 뒤 이에 대해 "의도했던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를 치르는 동안 벤치에서 너무 조용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우리 선수들에게도 자극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응원을 해주는 팬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이기도 했다"고 웃었다.
최 감독의 이런 세리머니가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웠을까. 1세트를 접전 끝에 먼저 내주고 끌려가던 현대캐피탈은 결국 역전승을 거뒀다. 2패 뒤 원정 경기에서 귀중한 1승을 올렸다. 코너에 몰렸다가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김세진 감독도 세리머니로 기선 제압을 한 바 있다. 그는 앞서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송명근, 한상길, 시몬(쿠바)의 공격과 서브가 득점으로 연결될 때 큰 동작으로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선수들의 기를 더 살리기 위한 동작이다.
한편, 김 감독은 3차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3세트 비디오판독과 재심 요청 건에 대해 "문제가 분명히 있던 부분"이라고 강하게 얘기했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상 공식 인터뷰에서 판정에 대한 불만이나 이의를 표시하면 벌금 등 제재를 당한다.
김 감독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팀간 4차전은 24일 열린다.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리려는 현대캐피탈과 반드시 안방에서 우승 축포를 쏘아올리려는 OK저축은행, 두 팀 모두 반드시 이겨야하 는 경기다. 사령탑끼리의 물러설 수 없는 벤치 대결도 이번 챔피언결정전의 또다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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