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속도 축구를 구사하겠다고 선언한 최진철 감독의 포항 스틸러스가 아직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포항은 1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시드니FC(호주)와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3차전을 치렀다. 1승 1무를 거두며 초반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날 시드니전은 16강 진출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하지만 시드니를 안방으로 불러들인 포항은 무기력했다. 시드니의 힘과 압박에 완벽하게 눌려 0-1로 패배하고 말았다. 포항의 강점인 패스 축구는 제대로 구사되지 않았다. 백패스를 남발하다 신화용 골키퍼에게 계속 위험 상황이 찾아왔다.
이날 포항은 패스마스터격인 손준호가 우라와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한 탓에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전방으로 패스를 연결할 수 있는 자원이 보이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빌드업 자체의 질이 떨어졌다.
오히려 시드니는 전방 공격수부터 강력한 압박으로 포항의 패스 전진을 막았다. 공격수 3명이 왼쪽 측면 수비수 김대호부터 중앙 수비수 김광석을 압박하는 등 포항의 공격을 저지했다. 이 때문에 포항은 전체 대형이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포항이 어렵게 전방까지 전진해도 시드니 수비는 최대한 멀리 볼을 걷어내며 시간을 벌었다. 또, 강한 몸싸움으로 포항을 흔들었다. 자주 넘어지는 쪽은 주로 포항일 정도로 힘겨루기에서는 시드니가 절대 우위였다. 시드니 선수들의 신장까지 좋다보니 신체끼리 부딪히는 파열음은 대단했다.
측면에서의 가로지르기 공격은 시드니 수비의 머리에 차단 당했다. 공중볼 싸움에서 열세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포항이지만 특별한 수를 발휘하지 못하고 계속 도전하다 실패했다.
전방 공격수의 결정력도 없다보니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라자르 베셀리노비치는 전반만 뛰고 교체됐다. K리그 클래식 광주FC와의 개막전에서 골맛을 봤던 양동현도 줄기차게 슈팅을 시도했지마 유효슈팅을 만들지 못했다.
결국 포항은 한 번의 방심이 실점으로 이어지면서 끌려갔다. 전반 42분 시드니의 역습 과정에서 조지 블랙우드의 침투 패스가 수비 사이로 지나가 크리스토퍼 나우모프에게 닿았고 그대로 실점하며 0-1로 졌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비효율적인 90분을 보낸 채 패배의 쓴맛을 본 포항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