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김현수(28,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선수들 중 메이저리그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타자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연일 무안타 행진이다. 벌써 6경기 18타수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나 볼넷도 기록하지 못했다. 타석에서 침착하고 선구안이 뛰어난 타자라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리포트가 무색해질 정도다.
단 한 번도 1루를 밟지 못한 그는 타율과 출루율 모두 0을 기록하고 있다. 급기야는 9일(이하 한국시간) 예정된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시범경기에선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한동안 쉬지 않고 출장했으니 하루 휴식을 취하라는 벅 쇼월터 감독의 배려로 볼 수 있지만 안타 하나가 절실한 김현수로선 덕아웃 벤치가 가시방석처럼 느껴질 듯하다.
그러나 김현수의 초반 부진에 대해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지난해까지 김현수가 10년간 몸담은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은 "지금 안타가 안 나와서 그렇지 한 번 터지면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급해 보이긴 한다. (경기를 보니) 미국 투수들의 떨어지는 공에 방망이가 다급하게 나가더라"며 "한국에서도 한 번 안맞기 시작하면 침체기가 길어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혀 다른 환경에 상대적으로 수준 높은 투수들과 맞붙고 있다. 경기장, 동료, 상대팀 모두 익숙하지 않은 상태다. 지금은 여러모로 낯선 환경에서 생존경쟁에 임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헤쳐나갈 것이라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김현수를 오랫동안 지켜본 두산의 한 관계자 또한 "현수는 타격이 자기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한동안 당황하는 모습이 지속된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부터인가 또 자기 페이스를 찾더라"며 "그래서인지 시즌이 끝나면 항상 자기 성적은 내는 선수"라고 했다.
김현수는 두산 시절 "장타를 노리고 휘두르다가도 안 맞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컨택트 위주의 타격을 하게 된다. 타율이 어느 정도 받쳐주는 이유는 아무래도 맞히는데 남달리 주력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무대 초반 의외의 슬럼프 기미에 그는 "이제 야구를 시작한 아이 같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친정팀에선 '시간이 약'이라며 결국 스스로 극복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돈독하다.
김 감독은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경우가 몇번 나오니까 더 조급해지는 것 같다. 나쁜 공에 손이 나가는 건 워낙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서다. 안타 하나면 나오면 이후에는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현수는 10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경기에는 출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볼티모어 선 등 현지언론은 김현수가 이날 원정길에 동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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