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아시아 여자축구는 어떤 대회를 치르더라도 남자의 유럽축구선수권대회나 남미의 코파아메리카와 비교된다. 워낙 실력이 좋은 팀들이 아시아권에 몰려 있다 보니 아시아 예선을 통과해 세계 메이저대회 출전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동아시아 '4용(龍)'으로 꼽히는 일본 북한 중국 한국의 물고 물리기는 대단하다.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시작되는 2016 리우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예선이 딱 그렇다. 6개 참가팀이 단 2장의 출전권을 놓고 겨루게 되는데 빡빡한 일정과 대진을 통해 올림픽 본선행 여부를 가려야 한다.
일본은 지난해 캐나다 여자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했고 중국도 8강에 진출한 팀이다. 호주는 지난해 평가전에서 한국을 피지컬로 압도했다. 약체인 베트남을 제외하면 쉬어갈 팀이 없다.
29일 한국의 첫 경기 상대인 북한도 높은 벽이다. 지난해 월드컵에 북한은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로 나서지 못했지만, 아시아 최강 전력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북한은 FIFA 랭킹 6위로 18위인 한국보다 한참 앞서 있다. 역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1승 1무 14패로 절대 열세다. 2005년 8월 동아시안컵 1-0 승리가 한국이 유일하게 이겨본 경기다. 이후 한국은 북한전 9연패를 기록 중이다. 한국이 이번 첫 경기 북한전에서 패하면 출전권 2장 중 1장은 없어진다고 봐야 한다.
체력 면에서도 북한이 한국에 앞선다. 한국은 매번 후반 막판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도 북한과 잘 싸우다가 종료 직전에 결승골을 헌납하며 0-1로 졌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나마 2010년 이후 매년 경기를 치르며 상대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승리의 비책을 찾아야 한다.
현 한국 대표팀에서 2005년 북한전 승리 경험자는 골키퍼 김정미(32, 인천 현대제철)가 유일하다. 당시 한국은 박은선의 골로 승리했는데 김정미의 선방이 있어 이길 수 있었다.
김정미는 이번 북한전에 나서면 A매치 100경기 출전을 채우면서 대망의 센추리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권하늘(보은 상무)의 103경기 이후 여자축구에서는 두 번째로 센추리클럽 가입이다.
한국대표팀의 승리 의지는 강하다. 북한을 꼭 한 번 이겨야겠다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맏언니 김정미가 앞장서서 필승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북한 주요 선수들의 움직임은 이미 꿰뚫고 있다. 자신이 뒤에서 골문을 잘 지키면서 동선만 잘 지휘하면 승리가 가능하다는 자신감도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김정미의 센추리클럽 가입 축하를 위해 3D 프린터 작업을 통해 트로피까지 만들었다. 김정미도 물론 올림픽 출전이 간절하다. 그의 경력에서 월드컵, 아시안컵, 아시안컵 등 주요 대회 경험은 다 있지만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한국 여자 축구에 올림픽은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다. 꼭 한 번 도전해 본선 무대로 가보겠다는 것이 김정미의 마음이다. 김정미는 "지난해 월드컵 경험을 통해 세계 강호와도 할 수 있다는 힘을 만들었다. 올림픽을 꼭 가보고 싶다"라고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도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북한과의 역대 데이터를 다 정리했다. 세세한 움직임까지 파악해 대응하겠다"라며 이번에는 꼭 북한을 이겨 일을 저질러 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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