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새로운 세계 축구 대통령, FIFA(국제축구연맹) 회장에 당선된 지아니 인판티노(46)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에게는 FIFA 개혁이라는 큰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인판티노 사무총장은 27일 오전(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의 할렌슈타디온에서 실시된 FIFA 특별총회 회장 선거에서 2차 투표까지 벌여 115표를 얻으며 88표에 그친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임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을 밀어내고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209개 회원국 중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쿠웨이트와 인도네시아를 뺀 207개국이 투표에 참가했다. FIFA 회장 선거는 209개 회원국이 1표씩 행사하는데 아프리카(54표), 유럽(53표), 아시아(46표), 북중미-카리브해(35표), 오세아니아(11표), 남미(10표) 순으로 분배되어 있다. 유럽-남미-오세아니아가 뭉쳐 인판티노를 밀어준 가운데 살만 회장의 지지 기반인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이탈표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사실 인판티노 사무총장의 당선을 점치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스위스 태생으로 변호사였던 인판티노는 2000년 UEFA에 입사해 2009년 10월 사무총장에 선임됐다. 제프 블라터 전 FIFA 회장과 함께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미셸 플라티니 전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의 최측근으로 잘 알려졌다.
인판티노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26일 FIFA 회장 선거 입후보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입후보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플라티니 회장의 대리인으로 인식됐고 유럽 표심을 묶어내는 역할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인판티노를 중심으로 결집이 강해졌고 플라티니가 최종 6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으며 복귀가 불발되자 자신의 공약을 갖고 선거에 나서 당선에 성공했다. 블라터 전 회장의 보이지 않는 지원, 그리고 '오일머니'까지 등에 업은 살만 회장과의 경쟁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물론 인판티노 당선자는 플라티니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구체제 인물로 인식된다. 또, UEFA의 입장을 대변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FIFA의 개혁 핵심은 UEFA와 남미축구연맹(CONMEBOL) 중심의 구조에서 파생된 부패를 척결하고 개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판티노 사무총장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UEFA에서의 활동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본선 출전국을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의 확대, 유로 2020의 13개국 분산 개최, 프로 클럽을 대상으로 한 재정적 페어플레이 룰(Financial Fair Play policy)'을 도입했다. 규모의 확대 등으로 개혁을 실천함과 동시에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호평도 있지만 FFP로 인해 상위 클럽들의 재정 지출이 줄면서 하위 클럽들의 선수 영입이 힘들어지는 역효과를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다.
FIFA 회장 출마 공약에서도 월드컵 본선 출전국을 현행 32개국에서 40개국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했다. 유럽 출전국을 더 늘리면서 다른 대륙 국가들도 만족하게 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회장직도 총 임기를 12년으로 제한했고 이 안이 통과됐다.
한국축구 입장에서는 인판티노 회장의 당선이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 티켓이 늘어 더 자주 출전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전 회원국에 500만 달러(62억원)를 지급하겠다는 인판티노 회장의 약속이 지켜진다면 재정 확보에도 숨통이 트인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인판티노, 살만 중 누구를 선택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AFC 내에서 소수파로 개혁의 목소리를 외쳐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판티노 사무총장의 당선이 나쁘지만은 않다. 물론 살만 회장이 지배하는 AFC 내에서 입지 구축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살만이 자리를 지키면서 더욱 실리적인 축구 외교가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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