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21㎝ 장신 하승진(전주KCC)의 2015~2016 시즌 평균 기록은 저조하다. 45경기에 출전해 평균 9.1득점, 7.8리바운드로 2008~2009 시즌 데뷔 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부상으로 시즌 개막 후 한참 지나고 나서야 투입되는 등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기에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팀플레이를 보여주며 KCC의 1위를 이끄는 것뿐이었다. 소리 없이 강했던 추승균 감독의 지도력에 녹아든 하승진은 21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21리바운드를 잡아내는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며 팀의 86-71 승리에 공헌했다. 이 경기 승리로 KCC는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추승균 감독은 경기 전 하승진에 대해 "안드레 에밋이 공격을 시도하면 하승진이 상대 수비수를 방어하며 공간을 만들어준다"라고 어떤 플레이를 펼치는지 전했다. 희생의 맛을 보여준 결과가 우승으로 향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는 의미다.
경기 후 하승진은 "KGC가 최종전에서 전력투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집중했다. 그래서 평소와 다르게 1쿼터부터 팀 전체의 집중력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날 하승진은 9개의 자유투 중 8개를 넣으며 89%의 성공률을 보였다. 평소 자유투 실수가 잦은 그의 승리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국내 선수 최초로 20(득점)-20(리바운드) 클럽에 가입한 것도 그랬다. 하승진은 "그런 집중력들이 20-20 클럽을 만든 것 아닌가 싶다"라고 웃었다.
2010~2011 시즌 챔프전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했던 하승진은 정규리그 우승이 필요했다. 그는 "KCC에는 정규리그 우승이 없다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오늘 해냈다. 우승은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12연승과 함께 우승하는 건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기록이라 꼭 하고 싶었다"라고 의욕적으로 나섰던 이유를 말했다.
정규리그 국내선수 MVP에 대해서는 동료 전태풍을 추천했다. 양동근(울산 모비스)과의 2파전이지만 "MVP는 태풍이 형이 받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공격을 잘하지 못했지만 태풍이 형이 공격에서 정말 큰 역할을 했다"라며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선배 형에서 감독이 된 추승균 감독에 대해서는 "감독 데뷔 시즌에 꼭 우승을 안겨드리고 싶었다. 선수 시절과 180도 달라졌다. 우리가 생각하는 승균이 형이 아니었다"라고 웃은 뒤 "평소 생활에서는 허물이 없지만, 감독이 되니 달라졌다. 형이었을 때가 좋았던 것 같다"라며 큰 선물을 한 것에 즐거움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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