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앞서 실패한 구단들처럼 되지 않으려면 진짜 애를 써야죠."
지난해 12월 시민구단 수원FC와 조덕제 감독은 구름 위를 걸었다. 내셔널리그 출신 구단으로는 최초로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 진입했던 수원FC는 3위로 시즌을 끝낸 뒤 준플레이오프와 PO에서 서울 이랜드FC, 대구FC를 잇따라 물리쳤다. 클래식 11위 부산 아이파크와의 승강 PO에서도 이기며 클래식 승격에 성공하자 쏟아지는 관심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조덕제 감독은 당시 구단 프런트에 "이렇게 계속 인터뷰를 하고 다니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라며 걱정했다. 그렇지만 기적을 일으킨 구단의 수장에게 스포트라이트는 당연한 것이었고, 조 감독으로서는 외부와의 소통이 필수 과정이었다.
그 사이 수원FC 선수단은 대대적인 개편에 돌입했다. 클래식 무대로 승격했으면 이제는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첫 번째 일이다. 미드필더 김종우(수원 삼성)는 임대 복귀했고 임성택(상주 상무)은 군 복무를 위해 팀을 떠났다. 시시와 자파 등 승격의 수훈갑 외국인 선수들도 수원FC를 떠났다. 33명 중 14명만 팀에 잔류했다.
떠나간 선수가 많았지만 반대로 조 감독과의 인연을 생각하며 다양한 경로로 입단을 타진해오는 선수도 많았다. 기존 구단처럼 외국인선수를 스카우트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찾아다니는 등 선수 영입을 정리하는 것도 조 감독이 해야 할 일이었다.
17일 수원FC의 전지훈련지 경남 거창 스포츠파크에서 만난 조 감독은 "앞서 승격한 구단들이 선수들을 대거 교체해서 어수선하게 시즌을 시작하다 강등을 피하지 못했던 것을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지난해 승격팀이었던 대전 시티즌이 선수들은 물론 감독까지 교체했다가 쓴맛을 보며 다시 강등된 것이 좋은 참고서가 됐다.
이미 제주도 서귀포에서 1차 전지훈련을 끝낸 수원FC는 약속의 땅 거창에서 2차 전지훈련을 통해 선수단의 조직력 만들기에 열을 올렸다. 거창은 2012년부터 조 감독이 선수단을 이끌고 시즌 시작 전 마무리 훈련을 하는 곳이다. 주경기장부터 보조경기장, 체육관 등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다.
승격에 성공하자 거창시는 수원FC를 특급 대우해주고 있다. 축하주는 기본, 특산품 사과도 선물하는 등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 소년 축구대회가 개막하는 19일과 25일만 주경기장을 유소년대회에 양보하고 그 외에는 수원FC가 전용으로 사용한다. 조 감독은 "축구에 집중 가능한 여건이니 참 좋지 않은가. 지난해 여기서 훈련하고 승격했다. 좋은 기운이 있는 곳이다"라고 거창에서의 훈련에 의미를 부여했다.
경남 서부 내륙 지역이지만 다수의 팀이 수원FC와 연습경기를 위해 알아서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챌린지에서 경쟁했던 경남FC는 18일 연습경기를 위해 함안에서 한 시간을 달려왔다. 수원FC와 경남FC는 0-0으로 비겼다. 17일에는 연습경기를 가져 3-1로 승리했던 용인시청은 남해에서 수원FC와 경기를 치르고 올라가 18일 수원 삼성과 싸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숙박시설이 완전치 않아 프로 수준으로는 다소 떨어지는 모텔을 숙소로 사용하고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기존에 사용했던 관광호텔이 병원으로 업종을 변경하면서 어쩔 수 없이 택한 모텔이다. 강훈련을 반복하니 다들 피곤해서 환경적인 제약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거창에서 가장 좋은 모텔을 쓰고 있다. 전북 현대에서 이적해 온 이승현은 "체력적으로 피곤한 시점이라 다들 신경쓰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새로 영입된 선수들의 팀 적응 속도가 빨라진 것도 긍정적이다. 전 국가대표 이승현을 비롯해 포항 스틸러스 유스 출신인 이광훈과 공수를 겸비한 중앙 수비수 김근환 등이 보강됐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각국 국가대표 출신을 영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외국인 선수 아드리안 레이어(호주), 하이메 가빌란(스페인), 마빈 오군지미(벨기에) 등도 일찍 자리를 잡았다.
클래식에 오른 것이 은근히 부담된다는 조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은 잘 뽑았다고 생각한다. 다들 국가대표 출신이고 스스로 잘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국내 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훈련 분위기가 자유로운지도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조 감독이 추구하는 측면 돌파를 통한 '막공'(막을 수 없는 공격)도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중앙 뼈대가 외국인 선수들과 영입 선수들로 잘 메워져 측면에서 속도전을 펼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중앙 수비수 네 명의 평균 신장이 189㎝나 된다. 연습경기에서 측면 돌파와 가로지르기(크로스)가 실패해도 조 감독은 계속 도전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몇몇 선수가 "우리 감독님은 크로스를 정말 좋아하신다"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조 감독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는 "측면에서 흔들며 중앙으로 연결하면 우리가 골을 넣을 수도 있고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승현도 있고 김병오도 가능성이 있는 친구다. 우리팀에는 숨은 보석들이 많다. 잘 다듬으면 성장 가능한 선수가 많다. 초반 승리 분위기만 탄다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라며 날카롭게 전력을 가다듬어 클래식 무대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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