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FC서울은 11일 축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장신 수비수 심우연(31)을 영입한 것이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올 겨울 이적 시장에서 데얀, 신진호, 조찬호, 정인환 등을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힘썼던 서울은 심우연을 복귀시킨 것으로 방점을 찍었다. 공격과 수비력을 모두 갖춘 심우연이라는 점에서 기대감도 상당하다.
그런데 심우연의 과거 세리머니와 언행이 새삼 화제가 됐다. 지난 2010년 3월 14일, 당시 전북 현대 소속이던 심우연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K리그 3라운드 후반 44분 결승골을 넣으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2006년 서울에서 프로 데뷔해 2009년까지 뛴 뒤 전북으로 이적한 그가 친정팀을 상대하는 경기라는 점에서 상황 자체가 묘했다. 그런데 심우연은 극적인 결승골을 넣으며 친정 서울을 울렸다. 하필 골을 넣은 위치가 서울 서포터스가 위치한 북쪽 골대쪽. 골을 넣은 뒤 심우연은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든 뒤 머리에 대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놀랍고도 강렬한 세리머니였다. 심우연은 이 세리머니에 대해 "서울에서의 심우연은 죽었다"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던 아쉬움을 전북에서의 활약으로 제대로 털어버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당시 서울과 전북은 서서히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2016년 현재는 저마다 특급 전력 보강으로 우승을 다투는 관계가 됐고 라이벌의 농도도 진해졌다.
그런 심우연이 다시 서울 유니폼을 입게 됐으니 서울 팬 입장에서는 환영하기도, 멀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마치 FC바르셀로나에서 뛰다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팬들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었던 루이스 피구 격이다. 피구는 이적 후 두 팀간 라이벌전인 엘클라시코에서 오물과 돼지머리 투척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물론 심우연은 전북에서 성남 일화(현 성남FC)로 팀을 한 번 더 옮긴 후 서울로 컴백했다. 하지만 전북 시절의 골 세리머니가 잔상이 워낙 강해 서울팬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서울 구단 홈페이지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심우연의 복귀를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심우연의 서울 복귀로 당장 3월 전북과의 개막전을 보는 재미가 더해졌다. 두 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K리그 우승을 모두 원하고 있다. 심우연 때문에 더욱 흥미로운 관계가 만들어진 셈이다. 만약 개막전에서 심우연이 전북을 상대로 골이라도 넣는다면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다.
심우연은 서울 입단 동영상에서 "달라진 모습으로 운동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다시 신뢰를 드릴 수 있는 플레이로 보답하겠다. 예전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FC서울을 위해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라며 반성(?)하는 소감을 내놓았다. 앞으로 심우연이 할 일은 실력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뿐이다. 친정에서의 부활이라면 '스토리'가 흔치 않은 K리그에 좋은 흥미거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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