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뒤에서는 패를 준비 중이지만, 앞에서는 서로에 대한 존중만 있었다.
29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한국과 일본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이 열렸다.
양국은 결승에 오르며 나란히 리우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획득했다. 3-4위전으로 밀렸다면 리우행 마지노선인 3위를 반드시 차지해야 했다는 점에서 부담이 컸지만, 한국과 일본은 결승 진출로 마음이 편해졌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서로에 대한 칭찬만 있었다. 데구라모리 마코토 일본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한국의 약점을 어떻게 공략하겠느냐는 질문에 "약점을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장점을 파악한 뒤 제대로 내일 경기를 준비하겠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상대가 감춰둔 패를 공개하지 않으면 나도 공개하지 않게 마련이다. 화통한 성격의 신태용 한국 올림픽 대표팀 감독도 대사를 앞둔 시점이라 입을 쉽게 열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이 결승에 올라오기를 바랐다. 중동에서 동아시아 축구가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일본 칭찬에 열을 올렸다. 일본의 빡빡한 수비를 깰 방방에 대해서도 "경기장에 보여주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두 감독의 상대 칭찬은 계속됐다. 데구라모리 감독은 "한국은 전술적으로 유연한 것이 장점이다"라고 추켜세웠다. 오히려 일본이 전술적인 부담이 생겼다며 "공격수 스즈키가 부상으로 인해 뛸 수 없을 것 같다"라며 걱정했다.
일본은 한국에 계속 패했던 기억을 떨쳐버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2012 런던 올림픽 3-4위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한국에 잇따라 패한 것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데구라모리 감독은 두 대회 모두 일본 대표팀을 이끌었다.
데구라모리 감독은 "런던에서 우리는 한국에 패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올림픽 메달 획득 여부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를 한국을 통해 배웠다"라며 특정한 전술 등의 언급은 피하는 대신 이기는 것에 모든 초점을 맞추겠다고만 했다. 신 감독도 "이번 대회 일본의 수비 조직력은 최고다"라며 끝이 없는 덕담을 했다.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야 신 감독의 속마음이 나왔다. 신 감독은 "일본이 우리 팀에 대한 사정을 알면 안 된다. 일본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A대표팀이나 U-23 대표팀 모두 특유의 오밀조밀한 패싱 축구 대신 최근 '선 수비 후 역습'의 지키는 축구를 하는 것 같다는 신 감독은 "일본은 웅크리고 가만히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 역시 기다리겠다. 누가 먼저 선제공격을 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라며 인내심의 싸움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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