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 '우완 영건' 임정우(24)의 위상이 달라졌다. 데뷔 첫 억대 연봉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마운드의 핵심 보직이라 할 수 있는 마무리 후보로도 꼽힌다.
임정우는 올 시즌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선발부터 중간계투,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보직을 소화하는 '마당쇠 행보'를 보이며 54경기 등판 6승 9패 5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5.04를 기록했다. 주로 불펜 투수로 뛰면서도 무려 109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두 가지 아쉬움은 있었다. 4점대 평균자책점을 놓친 것과 100개를 채우지 못하고 99개에 머문 탈삼진 숫자. 하지만 올 시즌 성적을 바탕으로 그의 팀 내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억대 연봉이 눈앞이다. 2013년 3천500만원에 불과하던 연봉이 지난해 6천5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고, 올 시즌 9천만원을 기록했다. 올 시즌 활약상을 놓고 보면 내년 시즌 억대 연봉은 기정사실이다. 얼마나 오를 지가 관건일 뿐이다.
보직에 있어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여러 곳을 전전했던 올 시즌과는 달리 내년 시즌에는 불펜 필승조로 보직이 고정될 전망이다.
임정우는 올 시즌을 5선발 요원으로 시작했다. 우규민, 류제국이 시즌 전 받았던 수술로 한꺼번에 전열을 이탈했기 때문에 그로 인해 생긴 선발진 공백을 임정우가 메웠다. 이후 류제국과 우규민이 차례로 돌아오며 임정우는 불펜으로 이동했고, 불펜에서도 다양한 역할을 맡다가 시즌 막판에는 마무리 경험까지 쌓았다.
LG 부동의 마무리였던 봉중근은 내년 시즌 선발로 돌아선다. 봉중근이 맡았던 뒷문지기 역할을 누군가가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 것. 양상문 감독은 마무리 후보로 정찬헌과 함께 임정우를 염두에 두고 있다. 양 감독은 "임정우가 시즌 막판 마무리로 가능성을 보였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자신의 팀내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것을 임정우도 잘 알고 있다. 시즌 종료 후 마무리캠프 참가를 자청한 것도 그 때문이다. 누구보다 피로한 시즌을 보냈던 임정우지만 쉴 틈도 없이 지난달 1일부터 27일까지 일본 고치에서 진행된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몸을 만들었다.
임정우는 "내년 시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마무리캠프에 따라갔다"며 "내년에는 아무래도 불펜 필승조로 보직이 정해진 채 시즌을 맞을 것 같다. 보직 자체도 그렇고 팀이나 나에게나 중요한 한 시즌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임정우는 "사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며 "봉중근 선배님이 선발로 가면서 마무리 자리가 비었기 때문에 (정)찬헌이 형이 아니면 내가 그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준비된 자세를 보였다.
중책을 맡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임정우는 솔직하게 "사실은 부담도 된다"고 했다.
임정우는 "올 시즌 잠깐 마무리를 경험하며 봉중근 선배님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며 "나는 그래도 (윤)지웅이 형이나 다른 형들이 편하게 만들어준 상황에서 올라갔는데, 봉중근 선배님은 위기 상황에서 자주 올라가셨다. 얼마나 힘드셨을 지 상상이 가더라"고 전했다.
내년 시즌 마무리는 LG의 불안요소 중 하나다. 임정우도 정찬헌도 검증된 마무리 투수가 아니기 때문. LG 마운드가 안정감을 갖기 위해서는 둘 중 한 명이라도 새로운 보직에 연착륙해야 한다. 그만큼 임정우의 어깨가 무겁다.
봉중근의 선발 전환, 정찬헌의 이탈 등은 모두 예상치 못했던 돌발변수였다. 그런 가운데 임정우가 보여준 성장세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달라진 위상과 함께 책임감을 갖고 내년 시즌을 준비 중인 임정우가 LG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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