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2015-16시즌 NH농협 V리그는 3라운드 일정이 한창이다. 그런데 지난 시즌과 비교해 팀색깔이 확연하게 달라진 팀이 있다.
연고지는 각각 천안과 수원으로 다르지만 '현대가' 남매팀인 현대캐피탈(남자부)과 현대건설(여자부)이 대표적이다.
두 팀은 6일 기준으로 성적도 괜찮다. 현대캐피탈은 9승 5패(승점27)로 2위에 올라있다. 현대건설 또한 최근 5연승 상승세를 이어가며 9승 2패(승점25)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최태웅 감독의 지휘 아래 '스피드배구' 정착에 한창이다. 현대건설 역시 양철호 감독이 추구하고 있는 '분업배구'로 옷을 한창 갈아입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까지 외국인선수에게 팀 공격을 주로 맡겼다. 양효진, 황연주 등 공격력을 갖춘 국내선수 자원이 있었지만 활용도는 떨어졌다. 공격이 단조로워지고 외국인선수의 공격이 막힐 때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폴리(아제르바이잔)라는 대형 공격수를 데려왔다. 시즌 초중반까지 '폴리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기대했으나 플레이오프에서 IBK 기업은행에게 덜미를 잡혔다.
그러나 올 시즌엔 변수가 생겼다. 외국인선수 선발 제도가 종전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으로 변경됐다. 현대건설을 여기에 맞춰 현재까지는 가장 외국인선수를 잘 활용하는 팀으로 자리잡았다.
양 감독은 트라이아웃에서 공격형 아닌 수비형에 좀 더 가까운 에밀리를 선택했다. 폴리와 견줘 공격력에서 차이는 컸지만 에밀리는 올 시즌 3라운드 초반 현재 수비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
그중심에는 코트에서 볼 배분을 도맡고 있는 세터 염혜선이 있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은 폴리가 공격점유율 49%를 기록했다. 반면 양효진, 황연주는 각각 15.2%와 19.1%에 그쳤다. 하지만 올 시즌 이들의 수치는 16%와 22.5%로 각각 늘어났다. 에밀리는 33.5%를 기록했다. 외국인선수에게 몰리던 토스 배분이 국내선수들에게도 골고루 돌아간 셈이다.
염혜선은 "특정 선수에게 공을 몰아주지 않고 다양하게 공격을 풀어 갈 수 있어서 (배구가) 더 재미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팀 성적까지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코트에 나서는 일이 더 신이 난다.
그는 "어디로 토스를 주든지 언니들을 포함해 팀 동료들이 잘 해결을 해준다"고 웃었다. 양효진, 황연주 외에도 베테랑 한유미와 김세영 그리고 정미선까지 공격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세터 입장에서도 공격 옵션이 다양해지는 게 더 낫다.
염혜선은 "지난 시즌과 견줘 확실히 코트에서 동료들과 함께 뛰는 게 재미가 더해졌다"고 했다. 배구는 어느 한 명으로 경기를 치르는 종목이 아니다. 실력 차가 있더라도 한 코트에서 6명이 어우러져야 진정힌 실력이 나오는 팀 스포츠다. 이런 면에서 양 감독이 추구하는 '토탈 배구'가 올 시즌 들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염혜선이 한 가지 더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수비와 리시브다. 그는 "상대 서브를 받아주는 동료들의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팀 리시브, 수비, 디그 부문에서 모두 여자부 최하위(6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달라졌다, 팀 리시브에서 4위로 올라갔다. 에밀리를 중심으로 리베로 김연견, 정미선, 김주하, 고유민 등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수비와 디그도 눈에 띄게 향상된 건 아니지만 3라운드가 진행 중인 현재 6위 자리는 벗어났다. 올 시즌 두 부문 최하위는 공교롭게도 IBK기업은행이 달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 3라운드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앞선 1, 2라운드 IBK 기업은행과 맞대결서에서도 모두 웃었다. 수비와 디그 부문에서 현대건설이 앞서고 있는 부분도 승리 요인 중 하나가 된 셈이다. 현대건설은 리시브에서도 IBK기업은행(5위)을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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