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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Feel']빈손으로 떠나야 하는 수원 이석명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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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전문 경영인으로 다시 태어난 이 단장의 안타까운 퇴장

[이성필기자] "우리 단장님 올해는 우승 헹가래 한 번은 받으셔야 될 텐데…"

수원 삼성 리호승 사무국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말라가 전지훈련 당시 기자에게 작은 걱정을 꺼냈다. 이석명(58) 단장이 2012년 6월 부임 후 전임 단장들이 받았던 우승 헹가래를 한 번도 받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을 표현한 것이다.

이 단장은 삼성전자 중국 본사 인사 책임자(전무)를 맡다가 축구단 단장에 취임했다. 중국인 직원들과의 융화를 위해 축구 대회인 삼성컵을 만들어 전국 지사를 하나로 묶는 성과를 냈다. 대회 규모가 커지면서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공략에도 적잖은 효과를 봤다. 나름 축구 활용에 능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 단장 부임 당시 수원 구단은 혼란기에 있었다. 신흥 명가로 자리 잡으며 프로축구를 주도해왔지만 2008년 K리그 우승, 2010년 FA컵 우승 이후 손에 쥔 우승컵은 한 개도 없었다. 윤성효 전 감독 체제에서 과감한 선수 영입 등으로 우승 전력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지만,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그 해 말 윤 감독은 구단을 떠났다. 동시에 구단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거액 지출 대비 축구단의 실효가 기대에 못미친다는 판단을 한 모기업 삼성전자의 지원이 줄어 2013년에는 구단 운영비가 300억 원 이하로 줄었다.

이 단장은 축구단 경영의 특성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씀씀이를 줄이는 방법부터 강구해야 했다. 수석코치였던 서정원 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한 1년차라 당장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도 힘들었다. 안팎으로 팬들의 비판은 쏟아졌다. 패배를 당할 때마다 이 단장은 서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격려하며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다독였다.

2014년은 수원에 좋은 기운이 감돌았지만, 선수들의 부상 이탈이 계속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연봉 공개 정책이 시작된 뒤 선수단의 외형은 축소되고 해외로 나가는 고액 연봉 선수들을 붙잡기 어려워졌다. 희생과 헌신이 필요한 분위기 속에 이 단장은 프런트와 함께 본의 아니게 악역을 맡아야 했다.

그 사이 구단의 운영 주체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 산하로 이동했다. 구단 주위에서 훈수를 두는 사람은 더 많아졌다. 한 경기 패하기라도 하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사람들로 이 단장은 머리가 아팠다. 그래도 겉으로는 절대 티를 내지 않으며 더 나은 구단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이번 시즌 수원은 온갖 어려움을 딛고 리그 2위를 차지했지만, 전북이 압도적인 우승을 해 크게 빛나지도 않았다.

2015시즌을 앞뒀을 당시 이 단장은 선수들에게 한 번 더 희생해줄 것을 유도해야 했다. 구단 운영비가 더 줄어 연봉 감소를 감수해야 함을 선수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잔류 여부를 함께 고민해야 했다. 선수들과 협상 당사자였던 리 국장은 매일 말라가 전지 훈련장 외곽을 산책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밖에 없었다. 이 단장도 훈련을 보러 왔다가 이런저런 스트레스에 몸살까지 나 채 사흘도 있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서정원 감독은 30명 규모의 선수단으로는 한 시즌을 제대로 이끌기 어렵다고 늘 안타까워했다. 서 감독의 마음을 모를 리 없었던 이 단장이지만 경영 효율화 정책이 수립된 상황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수원 구단은 올 시즌 자생을 목표로 2층 관중석을 대형 현수막으로 덮었다. 그러나 경기장 관리 주체인 (재)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과 상업권을 놓고 마찰을 일으켰다. 이 단장은 "이 문제는 수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K리그와 한국 스포츠 전체의 문제다.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장 부임 3년이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축구계의 현실을 인지하고 스포츠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자세를 보인 것이다. 기자가 이 단장을 본 이래 가장 단호한 모습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팬들의 대소사를 챙기는 것은 절대 잊지 않았다. 한 팬이 결혼하자 와인과 함께 축하 메시지를 보내 선물하는 등 감성 마케팅도 보여줬다. 작은 것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이 단장의 자세는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수원은 어렵게 정규리그 2위를 했지만, 우승컵은 품지 못했다. 이 단장은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정말 눈물겹다. 저렇게 열심히 하는 선수들인데 왜 주변 여건은 갈수록 나빠질까 하는 생각에 더 그렇더라"라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 단장이 완벽하게 축구단 경영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갖췄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런 이 단장이 4일 인사 발령으로 수원 구단을 떠난다. 임기가 종료되는 올 시즌 이후 거취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고 결국 더 이상 축구단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이제 좀 쉬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K리그에는 전북 이철근 단장, FC서울 이재하 단장을 제외하면 오랜 기간 구단 실무를 담당한 전문 스포츠 경영인을 찾기 어렵다. 시도민구단 사장, 단장들은 정치 논리에 휘말려 일 년도 못 버티고 교체되기 다반사고 기업구단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 단장은 나름 소신을 갖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인물이었지만 어려운 여건으로 인해 아끼는 정책만 몰두하다 빈손으로 수원을 떠나게 됐다. 삼성전자에서 익힌 수십 년 기업 업무 노하우에 축구단 경영 능력까지 버무려진 그의 재능을 다시 쓸 방법이 없는지 궁금해진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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