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배우 김호진은 '화려한 유혹'의 비밀병기였다. 선한 얼굴, 착한 이미지의 김호진에 이런 이중적인 얼굴이 숨겨져 있으리라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그래서 김호진의 연기는 정형화된 악역보다 더 섬뜩하다.
김호진은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에서 강일주(차예련 분)의 남편 권무혁 역을 맡았다. 지고지순한 순정파일줄 알았더니, 소름 끼치는 반전이 숨어있었다. 평소에는 한없이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일주에 대한 비뚤어진 사랑으로 무서운 집착을 갖고 있는 남자다. 김호진의 선한 얼굴과 대비돼 권무혁의 존재감은 드라마 속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김호진은 그런 권무혁을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사실 이런 비슷한 역할을 했지만 기존에 쌓아온 이미지 때문인지, '내딸 금사월'의 금원장이라는 캐릭터가 시너지를 일으킨 건지 모르겠지만, 권무혁이라는 역할에 대해 새로워해주니 배우로서는 아주 즐거워요. 김상협 감독님이 이 역할을 제안할 때 '권무혁이라는 인물 자체가 사람들이 많이 인식하지 않았던 새로운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했거든요. 그런 계산이 맞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드라마에는 숱한 악역들이 있었고, 아내에 집착하는 남자도 숱하게 많았다. 그런데 김호진이 연기하는 권무혁은 새롭다. 세상 착한 남자의 미소는 일순간에 돌변하고, 광기 어린 눈빛은 섬뜩하다. 조용히, 악랄한 범죄를 지시하는 그 얼굴은 그래서 더 무섭다. 김호진은 무혁을 뻔한 사이코패스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사이코패스라고 말하지만, 집착과 광기 그 표현의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권무혁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많이 고민했죠. 집착도 (캐릭터의) 매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몰랐던 다른 모습에서 악행을 한다거나 집착을 하거나 했을 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나의 닫혀있는 성격으로 가지 않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죠."
극중 권무혁의 광기와 집착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들이 있다. 강일주의 머리카락을 차곡차곡 책갈피에 모으는 장면이나 아내 강일주를 험담하는 남자를 조용히 쫓아가 가죽 장갑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 잠자리를 거부하는 아내에 폭행을 하고 겁탈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특히 머리카락신은 소름 끼치는 반전을 선사하며 큰 화제를 모았더 장면. 김호진은 "눈빛 강렬 버전도 있었고, 집착하는 것처럼 냄새를 맡는다든지 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걸 완화해서 찍었는데, 그게 무섭다고 했다. 권무혁이 티내고 하려하지 않아서 더 섬뜩하고, 식상하지 않은 캐릭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주 성폭행 장면 역시 대본보다 완화해서 미수로 그치는 장면으로 마무리 됐다고.
"누구나 자기가 모르는 집착들이 있잖아요. 아마 무혁이 같은 경우는 자기 자신이 사랑에 대한 집착이 있다고 생각 안했을 지도 모르겠어요. 일주를 통해서 그런 모습이 나온다는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화려한 유혹'의 권무혁을 이야기하는 김호진에게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연기하는 즐거움이 느껴졌다. 강렬한 캐릭터를 만난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젠틀하고 착한 이미지 덕에 들어오는 역할이 한정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예전에도 악행을 저지르고 욕을 먹는 드라마도 한 적이 있는데, 금방 잊혀지는 것 같아요. 제 이미지에 어울리는 역할을 주로 많이 해왔기 때문에 어느 순간 그런 역할은 제가 제일 잘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젊은 배우들 보면 자신의 캐릭터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걸 봐요.어느 순간부터 선택 받는 역할은 한정되어 있고, 내가 제일 잘하는 걸 계속 하고 싶었어요. 모험을 하거나 만들어가는 게 도전이죠. 김상협 감독님은 제가 잘 알고 있는 감독이었고, '이런 역할을 해보면 어때?' 쭉 이야기 해왔어요. 제게 권무혁이라는 인물을 내밀었을 때 기대도 됐고,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죠."
김호진이 연기하는 권무혁의 존재감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호진은 "이제부터 만행이 시작된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웃었다. 김호진은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권무혁이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는 인물'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저도 연기를 하면서 섬뜩하고 임팩트가 강하게 다가온다. 이게 끝까지 갔을 때 권무혁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너무 궁금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달려온 시간보다 달려가야 할 시간들이 많은 50부작 '화려한 유혹'. 김호진은 수위 조절을 해오며 연기해왔다고 했다. 김호진은 또 어떤 얼굴을 시청자들에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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