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배우 백윤식이 영화 '내부자들'의 악역 이강희로 분하게 된 배경을 알리며 캐릭터가 지닌 매력을 설파했다. 가까이서 호흡한 이병헌의 연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 제작 (유)내부자들 문화전문회사)의 개봉을 앞둔 배우 백윤식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내부자들'은 윤태호 작가의 미완결 웹툰 원안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다. 극 중 백윤식은 국내 유력 보수지 정치부 부장을 거친 현역 최고의 논설 주간 위원 이강희 역을 연기했다.
이강희는 영화의 주요 인물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정국의 판을 짜는 영리한 인물이다. 도통 어느 상황에서도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위기의 순간에도 표정 변화가 없는 포커페이스의 전형이기도 하다. 권력의 방향을 조종하며 섬뜩한 악행도 망설이지 않는 이강희 역은 베테랑 배우 백윤식에게도 쉽지 않은, 그러면서도 묘한 매력을 지닌 인물로 다가왔다.
백윤식은 이강희 역에 대해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닌데 이강희라는 인물이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힘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캐릭터를 창조하고 만들고 창작 활동을 하는 배우 입장에선 그런 인물이 괜찮더라"고 말한 뒤 웃어보였다. 이어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작품에 녹기 위해, 하나의 캐릭터로 봤을 때 (이강희를) 표현해야겠다는 마음에 다가갔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이병헌이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그도 시나리오를 받고는 이강희 역이 하고 싶었다더라"며 "배우로서는 한 번 접해보고 싶은, 표현하고 소화하고 싶은 캐릭터였다. 그의 삶이 절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라의 권력, 정치판을 설계하는 등장 인물의 연결고리의 판을 짜는 설계사이니 목적을 위해 (인물들을) 끌고가는 사람"이라고 이강희에 대한 설명을 이어 간 백윤식은 정치깡패 안상구 역 이병헌과 맞붙었던 한 장면에 대해서도 말했다.
이병헌은 앞서 인터뷰 중 안상구가 복수를 위해 이강희를 찾아갔던 장면을 돌이키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백윤식의 연기 리액션에 당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복수전을 떠올리며 흔히 예상할 수 있는 고성의 분노 대신, 백윤식은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와 감정을 숨긴 표정으로 이 장면을 소름돋게 완성했다.
백윤식은 "배우가 작품에 출연하기로 한 뒤 현장에 오기 전에 장면을 연구할 것 아닌가. 영화의 경우 시작하기 전 모여서 맞춰보기도 하고 리딩을 한다"며 "이병헌은 어느 분량을 찍을지, 공부도 열심히 잘 하는 배우다. 책임감을 가지고 공부하고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두 작품 한 친구가 아닌, 베테랑급 배우이자 좋은 연기자인데 어떤 리액션을 생각했을 것이다"며 "나는 나름대로 편하게 했지만, 이병헌은 열심히 해 놨는데 자신이 생각했던 틀 안에 없던 리액션을 보게 되니 놀랐을 것도 같다. 현장에서는 불편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는데"라고 웃으며 말끝을 흐려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이병헌 뿐 아니라 그와 함께 연기한 조승우, 이경영, 김홍파, 김대명, 배성우 등 '내부자들'의 배우들은 주조연을 가릴 것 없이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이들이다.
백윤식은 "연기 시험을 본다면 최고 점수들을 받을 사람들이다"며 "조연까지 다 그렇다. 연기할 때 스파크가 일어나고 불똥이 튀는 것이 느껴진다"고 작업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한 프레임에서 호흡하는 장면들이 그렇다는 것을 느낀다"며 "상대 배우들이 잘 해주고 잘 표현해줄수록 좋기도 하다"고 소회를 알렸다.
한편 영화는 '파괴된 사나이' '간첩'의 우민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오는 18일 개봉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