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삼성은 역시 삼성이었다. 누구나 열세라고 봤던 1차전. 차포 떼고 둔 장기를 기어코 승리로 장식했다.
26일 대구 한국시리즈 1차전은 삼성의 저력을 재확인한 경기였다. 시종일관 끌려가던 경기. 모두가 졌다고 생각할 때 일거에 뒤집는 저력을 보여줬다. 우완 1선발, 프라이머리 셋업맨, 부동의 클로저를 모두 빼고도 거둔 승리여서 더욱 달콤했다.
4-6으로 끌려가던 6회초. 두산이 김현수의 중전적시타로 2점을 추가했다. 경기 후반 4점차는 제아무리 삼성 타선이라도 뒤집기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삼성은 한 번의 공격으로 모든 상황을 바꿔놨다.
7회말 박한이가 우전안타로 살아나가면서 분위기를 살렸다. 두산 덕아웃은 급히 선발 유희관을 내리고 좌완 함덕주를 투입했지만 삼성 타선의 기세는 무서웠다. 후속 배영섭이 몸맞는 공으로 출루하자 나바로는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30m 대형 3점포를 쏘아올렸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7-8. 대구구장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했다.
뒤집을 수 있다는 희망이 나타나자 삼성 선수들은 생기가 돌았다. 1사 후 박석민이 볼넷을 골랐다. 이승엽의 중견수 뜬공 뒤 채태인 타석 때 두산은 마무리 이현승을 투입했다. 승부수였다. 그러나 위축되지 않은 삼성 선수들에게 잇딴 행운이 작용했다.
몸이 덜 풀린 이현승이 갑작스런 폭투를 범했다. 주자들이 한 베이스씩 진루해 2사 2,3루. 후속 이지영이 친 타구는 힘없는 투수 땅볼. 공을 잡은 이현승이 천천히 1루로 던졌지만 이 공은 그만 1루수 오재일의 미트를 스친 뒤 뒤로 빠졌다. 이때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아 9-8 역전이 됐다. 경기장은 완전히 삼성의 승리 분위기였다. 이현승의 송구가 다소 빠진 감이 있었지만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한 오재일의 실책으로 기록됐다.
한 번의 공격으로 역전에 성공한 삼성은 8회와 9회 두산의 공격을 안정적으로 틀어막고 귀중한 홈 첫 승을 품에 안았다.
이날 삼성의 역전승은 분명히 두산의 폭투와 실책이란 행운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차포 떼고 두는 장기, 끌려가던 승부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붙은 승부욕이 만든 승리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웠다. '가을의 삼성'은 역시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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