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1차전이 시리즈의 키다."
시리즈가 열리기 며칠 전부터 주요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었다. 시리즈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플레이오프 1차전은 두산 베어스의 완승으로 끝났다. 팽팽한 접전이 펼쳐질 것이라던 전망이 무색할 정도였다. 스코어는 7-0에서 드러나듯 일방적인 경기 내용이었다. 두산의 승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비교가 무색할 만큼 풍부한 큰 경기 경험, 그리고 살아난 민병헌과 더스틴 니퍼트다.
◆확연히 다른 덕아웃 분위기
18일 마산구장. 3루측 두산 덕아웃엔 가을햇살이 따갑게 쏟아졌다.훈련을 마친 두산 선수들은 벤치에 앉아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모두가 평안한 표정이었다. 큰 경기를 앞둔 긴장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민병헌은 "전혀 떨리지 않는다. 정규시즌을 치르는 것과 똑같은 느낌"이라며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마무리 이현승은 편안한 표정으로 취재진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임명 첫해'인 김태형 감독조차 일요일 한낮의 햇살을 즐기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반면 NC 쪽 1루 덕아웃은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했다.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타격과 수비훈련에 열중했다. 올해 첫 포스트시즌 경기를 앞둔 부담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 극적인 역전승을 펼친 두산은 플레이프 첫 판에서도 여전했다. 타자들의 스윙이 가벼웠고, 야수들의 발놀림은 부드러웠다.
행운도 따랐다. 1회초 선두 정수빈의 좌전안타에 이어 2번 허경민이 당겨친 타구는 유격수 손시헌의 키를 넘는 행운의 안타. 1루주자 정수빈이 3루에서 살면서 무사 1,3루가 됐고, 1사 뒤 김현수 타석 때 해커의 폭투까지 나와 '공짜로' 선취점을 올렸다. 당황한 해커를 상대로 김현수가 깨끗한 중전 적시타를 쳐내면서 두산은 추가점까지 올렸다. 팽팽한 에이스 대결에서 첫 이닝 2득점은 무척 컸다. 1회의 기세를 두산이 끝까지 이어간 반면 NC는 무기력한 공격 끝에 홈에서 완패를 당했다.
◆살아난 민병헌·니퍼트
3번타자는 포스트시즌 내내 두산의 고민이었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두산 선발 3번타자들의 타율은 '0'. 타격감이 좋던 박건우와 민병헌 모두 3번 자리에만 들어가면 '다른 선수'가 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날 NC전을 앞두고 "3번타순이 문제인데, 역시 민병헌이 맡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4번 김현수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좋든 안 좋든 가장 3번다운 타자가 자기 자리를 맡아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민병헌은 김 감독의 믿음에 톡톡히 화답했다. 2-0으로 앞선 3회초 우월 솔로홈런에 이어 4-0으로 리드한 7회 승부를 완전히 가르는 좌월 3점포를 쏘아올리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마치 언제 부진했느냐는 듯한 대할약이었다.
선발 니퍼트 또한 이날 경기의 최고 수훈 선수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 10일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이닝 2실점 완벽투를 펼친 그는 이날도 '니퍼트다운' 투구를 재현했다. 9이닝을 혼자서 소화하며 상대 타선을 완봉으로 제압하는 최고 피칭을 펼쳤다. 특히 4-0으로 앞선 5회말 무사 1,2루 위기서 이호준을 우익수 뜬공, 손시헌을 유격수 병살타로 잡아낼 때의 피칭은 백미였다. 6회 1사 1,2루에서도 그는 박민우를 좌익수 뜬공, 이종욱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고 수비를 끝마쳤다. 위기에 자주 몰리지도 않았지만 몇 차례 안 되는 위기 때마다 적시의 내야땅볼을 유도했다. 관록 그 자체였다.
◆후유증 만만찮을 NC
이날 NC는 김종호-박민우-이종욱의 상위 타순에 이어 테임즈-나성범-이호준의 4∼6번 타순을 구성했다. 발빠른 선수들이 누상에 진출해 내야를 휘저으면 힘있는 뒷타자들이 '정신이 팔릴' 니퍼트를 공략한다는 공략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완벽한 실패였다. 기회를 만들어야 할 상위 타순 3명은 니퍼트가 마운드를 지키는 내내 1안타 볼넷 1개에 그쳤다. 3명의 파워히터들도 안타 1개와 볼넷 1개만 기록했을 뿐 철저하게 눌렸다.
안방에서 올 시즌 최다승 투수(19승) 해커를 내세우고도 패한 NC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남은 4경기에서 3승을 거둬야 해 부담이 무척 커졌다. 특히 다음날인 19일 역시 마산구장에서 열리는 2차전을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생겼다. 반면 가장 어려운 첫 판을 잡은 두산은 계획대로 잔여 시리즈를 여유있게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선발투수 싸움, 그리고 분위기 싸움에서 승부가 결정난 1차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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