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이쯤 되면 '저승사자'라 부를 만하다.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29)가 또 한 번 가을잔치 무대에서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5)를 울렸다.
박병호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4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 6회초 니퍼트로부터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1-0에서 2-0으로 점수 차를 벌리는 홈런. 이 홈런을 포함 박병호는 9회까지 2타수 1안타 1볼넷 2타점을 기록했다.
박병호는 정규시즌에서도 니퍼트를 상대로 강세를 보였다. 2타수 2안타(2루타 1개) 2타점 1볼넷이 올 시즌 박병호의 니퍼트 상대 성적. 100% 출루와 함께 찬스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병호가 니퍼트에게 더욱 위압감을 안기는 것은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다. 넥센과 두산은 지난 2013년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맞붙었는데, 당시 박병호는 니퍼트를 상대로 인상적인 장면을 여러 번 연출했다.
2년 전 준플레이오프에서 박병호가 니퍼트를 상대로 거둔 성적은 3타수 2안타 2볼넷 4타점. 안타 2개가 모두 홈런이었다.
먼저 박병호는 1차전 1-0으로 앞서던 1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2-0으로 점수 차를 벌리는 홈런을 때렸다. 포스트시즌 데뷔 첫 타석에서 터뜨린 홈런으로 KBO리그 사상 10번째 기록이었다. 그 상대가 바로 두산의 선발 니퍼트였다.
두 번째 홈런은 극적이었다. 5차전 0-3으로 뒤지던 9회말 2사 1,2루. 이번에는 구원 등판한 니퍼트를 상대로 박병호가 동점 3점홈런을 터뜨렸다. 넥센은 끝내 연장전에서 5-8로 패했지만, 박병호의 홈런은 당시 준플레이오프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2년이 지난 이날. 니퍼트에게 박병호는 여전히 넘어서기 어려운 산이었다. 2회초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낸 박병호는 4회초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6회초 점수 차를 벌리는 홈런을 터뜨렸다. 포스트시즌에서 니퍼트를 상대로 쏘아올린 3번째 홈런이었다.
니퍼트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도 박병호는 2-2 동점이던 8회초 1사 1,3루에서 바뀐 투수 스와잭을 상대로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쳐내며 3-2의 리드를 가져왔다. 경기가 그대로 넥센의 승리로 끝났다면 박병호의 희생플라이는 결승타가 될 수 있었다. 9회말 두산이 동점 추격에 성공, 경기가 연장으로 넘어간 것이 박병호나 넥센으로서는 아쉬울 뿐이었다.
니퍼트도 잘 던졌다. 7이닝 동안 109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3볼넷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단, 박동원과 박병호에게 솔로홈런 2방을 내줬다는 점이 아쉬웠다. 특히 '천적' 박병호에게 또 다시 홈런을 맞은 것은 찜찜했다. 니퍼트에게 박병호는 가을에 찾아오는 저승사자와도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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