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홍성흔(38, 두산)이 살아났다.
가장 중요한 순간 최고참이 힘을 냈다. 한없이 흔들리던 두산 베어스도 덩달아 힘을 받는 모양새다.
홍성흔은 전날인 17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만루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3타점 맹활약했다. 앞선 지난 13일 잠실 kt 위즈전에선 경기 후반 대타로 나와 천금같은 적시 2루타를 쳐냈다. 이 두 경기는 최근 10경기서 두산이 승리한 유이한 경기였다. 타는 갈증 속에 들이키는 시원한 생수같은 활약이었다.
올 시즌 홍성흔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FA 계약의 3년차. 팀내 최고령 선수로 뭔가 해줘야 했다. 그러나 뜻대로 시즌이 풀리지 않았다. 시즌 타율 2할7푼5리에 5홈런. 무엇보다 호쾌한 장타력이 갑자기 사그라졌다. 올 시즌 기록한 72안타 가운데 장타는 단 17개 뿐이다.
계속된 부진에 2군도 2차례나 내려가봤다. 타격 컨디션을 되살려오라는 김태형 감독의 배려 성격이 강한 2군행이었다. 한적한 교외의 한낮경기. 뜨거운 땡볕의 기운 때문일까. 열악한 퓨처스리그를 경험한 그는 지난달 19일 1군에 복귀한 뒤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8월 13경기서 타율 2할7푼5리를 기록한 그는 9월 출전한 10경기에서 타율 3할8푼5리로 부쩍 좋아졌다.
특히 17일 잠실 롯데전은 그가 아직 두산에 필요한 선수라는 점을 보여준 경기였다. 2회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그는 2-0으로 앞선 3회 1사 만루서 상대 선발 송승준을 두들겨 우월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8-0으로 리드한 4회 1사 1,2루에선 중월 2루타로 1타점을 얹었고, 6회 단타, 8회 2루타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마지막 타석에서 2루타가 아닌 3루타를 쳤더라면 타자의 영예 중 하나인 '사이클링히트'가 될 뻔했지만 루타수 1개 차이로 아쉬움을 샀다.
홍성흔은 "후배들에 미안했다"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후배들이 잘 대해줬기 때문이다. 앞으로 고참으로서 내역할을 더 잘하고 팀 승리를 위해 도움이 되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그는 또 "김태형 감독님도 홍성흔을 기용한다고 욕 많이 들으셨을텐데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최근에 타격감이 워낙 떨어져 소극적으로 스윙을 했는데 감독님이 타석에서 좀 더 과감하게 스윙을 하라고 하셨다"고 자신을 믿어준 김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살아난 홍성흔이 포스트시즌을 앞둔 두산에 큰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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