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레바논으로 원정을 떠난 슈틸리케호가 승점 3점을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득점한다는 기본적인 명제에 충실해야 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5일 레바논에 입성했다. 이른바 '쓰레기 혁명'으로 레바논 국내 정세가 어수선한 가운데 슈틸리케호는 쉽지 않은 원정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계획이다.
레바논과의 역대 전적은 7승 2무 1패로 한국이 압도적이다. 홈에서는 단 한 번의 무승부도 없이 승리하며 절대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아무래도 원정은 어렵다. 베이루트에서 치른 역대 네 번의 경기에서 한국은 1승 2무 1패를 거뒀다. 특히 2004년 2006 독일월드컵 2차 예선 1-1 무승부 포함 최근에는 2무 1패로 부진했다.
가장 최근 맞붙었던 지난 2013년 6월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때는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다가 후반 종료 직전 김치우(FC서울)의 왼발 프리킥이 골망을 가르며 가까스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김치우의 경우를 보더라도 빡빡한 원정경기에서 세트피스를 활용한 득점은 필수다. 레바논 역시 라오스처럼 수비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세트피스 찬스에서 해결해 실마리를 푸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2011년 11월 2014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에서도 레바논은 철저한 수비 후 역습으로 골을 넣으며 한국을 2-1로 울린 바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3일 라오스전에서 8-0 대승을 이끌어내며 밀집 수비 해법을 대략 찾아냈다. 측면을 통해 수비 뒷공간을 확실하게 파고드는 전략이다. 라오스는 실점 후 조직력이 무너지며 끌려갔고 집요하게 측면을 공략하는 한국에 8골이나 내줬다.
레바논은 라오스보다 더 빡빡한 수비로 한국의 답답함을 유도하는 뻔한 전략으로 나설 전망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파울을 유도하며 프리킥을 만드는 등 지능적이면서 오히려 상대를 약올리는 축구를 보여줘야 한다.
긍정적인 부분은 능력있는 세트피스 키커가 늘었다는 점이다. 슈틸리케호 출범 후 줄곧 키커로 나섰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이번 레바논 원정에 함께하지 않지만, 걱정은 없다.
왼발만 본다면 권창훈, 홍철(이상 수원 삼성),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있다. 오른발은 기성용(스완지시티), 정우영(빗셀 고베), 구자철(아우스크부르크), 김승대(포항 스틸러스) 등 키커들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 키커는 아니지만 곽태휘(알 힐랄), 김민우(사간 도스), 김진수(호펜하임)도 킥 능력이 좋다.
슈틸리케 감독이 기성용의 높이를 활용하기 위해 세트피스 시 키커 대신 전방으로 올린다는 것을 고려해도 키커들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권창훈과 홍철은 수원 삼성에서 염기훈이라는 강력한 왼발 키커가 있어 키커로 나선 기회가 적은 편이지만 킥 능력 자체는 뛰어나다. 김영권 역시 근거리 프리킥은 묵직하다.
레바논에서 새로 합류하는 구자철은 오른발 옵션으로 첫 번째로 꼽힌다. 정우영이 훈련마다 킥을 다듬으며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해야 하지만 각자의 장점이 있어 누가 키커로 나설 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정우영은 라오스전에서 두 차례나 골대에 맞는 슈팅으로 뜨거운 오른발을 자랑했다.
세트피스 시 단순하게 골문을 향해 슛을 시도하지 않고 특유의 약속된 플레이를 만드는 등 창조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도 레바논이 혼란을 느끼기에 충분한 부분이다. 라오스전에서 비록 골로 성공시키지는 못했지만, 아크 부근의 프리킥 상황에서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뒤 슈팅하거나 수비벽 앞에 버티고 있는 선수에게 패스해 슈팅으로 마무리 짓게 하는 방법 등 다양한 장면을 연출했다.
코너킥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궤적으로 레바논 수비를 흔들 수 있다. 곽태휘, 기성용,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석현준(비토리아), 황의조(성남FC) 등은 신장이 좋아 높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 머리에만 정확히 올려주면 골로 마무리 짓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연습으로 세트피스를 더 가다듬는 것이 필요한 슈틸리케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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