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객관적인 약체를 상대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시도한 맞춤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라오스전을 치렀다. 경기를 앞두고 발표된 국제축구연맹(FIFA) 9월 랭킹에서 57위를 기록한 한국과 라오스(174위)의 수준은 확실히 차이가 났다.
하지만, 미얀마와의 1차전에서 2-0으로 신승한 것을 생각하면 절대 방심은 금물이었다. 스티브 다비 라오스 감독이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현실적인 선택은 수비 축구다"라며 한국을 상대하는 데 있어 밀집 수비 외에는 전술적 대안이 없음을 고백했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정우영(빗셀 고베)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놓고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권창훈(수원 삼성)을 공격적으로 전진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오른쪽 측면 수비에는 중앙 미드필더 겸 중앙 수비수 장현수(광저우 푸리)를 넣어 매우 공격적인 선수 구성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는 명확했다. 측면을 파고들어 뒷공간을 노리겠다는 노림수였다. 라오스가 플랫4 수비에 측면 미드필더까지 수비에 가담해 플랫6 형태를 갖추고 원톱을 제외한 미드필더 모두가 수비와 간격을 좁힌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었다.
한국의 전략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원톱 석현준(비토리아)은 전방에서 쉼없이 움직였고 좌우 윙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역시 적극적으로 측면을 돌파했다.
좌우 풀백 홍철(수원 삼성)과 장현수도 손흥민과 이청용이 수비로 내려서면 오버래핑으로 치고 올라가 중앙에 가로지르기(크로스)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전반 8분과 11분 이청용과 손흥민의 골에 홍철이 가로지르기로 도움을 기록했다. 훈련 결과 그대로였다.
세트피스를 적극 활용하며 위협적인 장면도 보여줬다. 골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23분 정우영의 프리킥은 오른쪽 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40분 수비벽을 끌어내기 위해 권창훈이 김영권과 프리킥 상황에서 패스를 주고받은 뒤 시도한 왼발 슈팅도 골키퍼가 겨우 쳐냈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훈련이 잘됐음을 확인했다.
원톱 석현준도 후반 12분 홍철의 도움을 받아 5년만의 대표 복귀전에서 골을 신고했다. 넣어야 하는 순간에는 확실히 킬러 본능을 뽐내며 원톱 경쟁에 뛰어 들었다. 밀집 수비의 기본 중 하나가 상대 공격수를 몸싸움으로 괴롭혀 슈팅 동작으로 이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석현준은 상대 괴롭힘을 견디며 골이라는 소득도 얻었다.
결국 한국은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기록하고 권창훈이 2골을 넣는 등 좋은 호흡을 보이며 8-0 대승을 거뒀다. 오는 8일 레바논 원정경기에 대한 전망도 밝혔다. 레바논은 라오스보다 수비력이 더 좋다. 원정이라는 점에서 라오스를 상대로 다양한 공격 방법을 연습한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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