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인터뷰하기가 좀 그런데…" 남자프로배구 삼성화재 리베로 이강주는 쑥스럽게 말을 꺼냈다. 신인도 아니고 프로 10년차 시즌을 맞는 베테랑에게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이유는 있다. 이강주는 "지난 시즌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팀에 도움을 준 것도 아니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드림식스(현 우리카드)에서 뛰던 이강주는 2012-13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친정팀 삼성화재로 돌아왔다.
그런데 부담이 컸다. 삼성화재는 이강주를 데려오는 대신 부동의 리베로 여오현이 역시 FA로 현대캐피탈로 떠났다. 이강주는 여오현이 떠난 자리를 메워야 했다.
마음의 짐은 코트에서 발놀림을 둔하게 했다. 좀처럼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코트보다 웜업존에 있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났다. 당시 사령탑을 맡고 있던 신치용 감독(현 단장)은 세컨드 리베로인 김강녕의 출전시간을 늘렸다.
지난 시즌에도 비슷했다. 한국전력과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곽동혁이 코트에 나선 시간이 좀 더 많았다. 이강주는 "내 실력이 모자랐다. 당연한 결과"라고 자책했다.
이번 오프시즌 이강주는 '절치부심' 중이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부진을 떨쳐내기 위해서다. 또 한 가지 목표가 더 있다.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에게 내준 챔피언자리를 다시 되찾아오는 것이다. 이강주는 "(곽)동혁이와 함께 팀이 다시 우승을 차지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한편 이강주는 보조 레프트로서 역할도 함께 맡는다. 신 단장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경기와 챔피언결정전에서 그 카드를 꺼낸 적이 있다. 이강주는 "포지션은 내가 원한다고 맡을 순 없겠지만 레프트로 투입되더라도 팀에 꼭 도움을 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이)강주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었다"며 "심적인 부담을 덜어내면 충분히 제몫을 해줄 수 있다. 곽동혁과 함께 팀 수비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강주는 3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연습경기에서 두 자리를 번갈아가며 맡았다. 연습경기라서 가능한 경우다. 그는 5세트까지 진행된 연습경기 동안 리베로와 보조레프트로 뛰었다.
이강주는 "원활한 공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수비, 리시브, 2단 연결에 좀 더 신경쓰고 있다"며 "고준용, 최귀엽, 류윤식 등 레프트에서 뛰고 있는 동료들의 컨디션은 괜찮다. 이태호와 고현우도 마찬가지다. 내가 레프트로 나오는 횟수가 적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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