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가 큰 변화를 맞았다. 최근 4년 간 팀의 뒷문을 지켰던 봉중근(35)이 선발로 돌아서는 것이다.
LG는 23일 잠실 넥센전을 마친 뒤 봉중근의 선발 전업 사실을 발표했다. 봉중근은 2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 향후 2군에서 선발로 뛰기 위한 훈련을 받을 계획이다.
봉중근은 LG의 오랜 숙원을 풀어낸, 암흑기 청산의 주역이었다. LG는 봉중근이 2012년부터 마무리를 맡으며 고질병이던 뒷문 불안을 씻었다. 2013년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것도 봉중근이 확실한 마무리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2012년 26세이브(6위), 2013년 38세이브(2위), 지난해 30세이브(3위), 그리고 올 시즌 15세이브까지 총 109세이브를 올린 봉중근이다. 이는 LG의 마무리 투수 가운데 김용수(은퇴)가 기록한 227세이브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그만큼 봉중근은 짧다면 짧았던 4년 동안 마무리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팀에 큰 공헌을 한 것은 물론이다.
그런 봉중근이 떠난다. 사실 봉중근은 지난해부터 선발 전업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나이가 30대 후반으로 흐르면서 매일 불펜에 대기해야 하는 마무리보다, 일정한 간격으로 마운드에 오르는 선발이 컨디션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LG로서는 큰 결단을 내렸다. 봉중근 개인은 물론 팀의 미래를 위해서도 봉중근이 다시 선발을 맡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 봉중근이 안정적으로 선발로 정착을 한다면 LG의 선발진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봉중근의 후임을 찾는 일이다. 마무리 역할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LG가 봉중근이라는 마무리가 등장한 이후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섰다는 점을 봐도 마무리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정찬헌(25), 이동현(32)이 유력한 차기 마무리 후보다.
진작부터 양상문 감독은 정찬헌을 "미래의 마무리감"이라며 부르며 불펜의 핵심 역할을 맡겼다. 올 시즌 음주운전 사고라는 불미스러운 일을 겪으며 시즌 아웃되기 전까지 정찬헌은 기대대로 불펜에서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이동현은 올 시즌 초반 봉중근이 극심한 난조를 보일 때부터 사실상 팀의 마무리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동현의 경우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획득한다는 변수가 있다.
현재로서는 정찬헌 쪽으로 무게감이 쏠린다. 정찬헌이 마무리를 맡을 경우 이동현은 그대로 셋업맨 보직을 수행하면 된다. 팀의 미래를 위해서도 젊은 정찬헌이 마무리를 맡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경험, 안정감 면에서 우위에 있는 이동현에게 마무리 역할이 주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동현은 수년째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단, FA 몸값이 폭등하고 있는 최근 분위기 속에 LG가 이동현의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결정은 내려졌다. 봉중근은 떠났고 새로운 마무리가 필요하다. 당장 올 시즌은 이동현을 필두로 뒷문을 단속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내년 시즌부터 누구에게 뒷문을 맡기느냐다. 시즌 중 마무리의 선발 전업이라는 흔치 않은 카드를 꺼내든 LG의 마운드 리빌딩이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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