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침착하게 경기를 잘 풀더라고요."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은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을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팀 미드필더 권창훈(21)이 국가대표로 뛰었기 때문이다.
물가에 내놓은 자식 느낌으로 권창훈의 플레이를 지켜본 서 감독은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4라운드 대전 시티즌전에 권창훈을 선발 제외하고 교체 명단에 넣었다. 동아시안컵 중국, 북한전 선발로 풀타임을 뛰고 일본전에도 교체로 나서 체력적으로 힘든 데 대한 배려였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A대표팀에 데뷔한 권창훈은 골 소식은 전하지 못했지만, 패스와 공격 전개 등 미드필더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그에게 믿음을 보이며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겼고, 한국은 1승 2무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서 감독은 "대표팀 경기가 처음이라 걱정이 됐다. 자신이 가진 것만 다 보여주면 잘할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 다만 첫 국가대표라는 것에 부담을 가져 못하면 어떡하지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창훈은 대범하게 A매치 3경기를 치르고 돌아왔다. 서 감독은 "그 정도면 잘했다고 본다"라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냉정하게 분석했다.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점이다. 북한전에서 권창훈은 두 차례나 골 기회를 맞았지만 날렸다. 서 감독은 "그렇게 기회가 많았는데 한 골 정도는 넣었으면 최고의 데뷔 무대가 됐을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라고 웃었다.
서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을까. 권창훈은 이날 대전전 1-1 동점이던 후반 17분 이상호를 대신해 교체 투입됐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산토스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권창훈이 좌우로 패스를 연결해주면서 수원의 공격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노력했다.
20분 코너킥에서 연결된 볼을 왼발로 헛발질해 웃음을 안겨줬던 권창훈은 29분 일을 저질렀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대전 수비를 압박하던 가운데 실바의 볼을 가로챘고 아크 정면까지 파고 들어가 왼발로 낮게 슈팅해 골망을 흔들었다.
기막힌 타이밍에서의 골이었다. 대전이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수원의 수비를 흔들던 상황이었다. 권창훈의 골이 경기 흐름을 바꾼 것이다. A대표팀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보여준 결과이기도 했다.
권창훈의 골은 결승골이 됐고 2-1로 이긴 수원은 승점 3점을 얻었다. 후반기 빡빡한 상위권 싸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표팀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한 권창훈의 활약은 그야말로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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