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08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우승 이후 7년 만에 국제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축구대표팀의 기분은 하늘을 찌른다. 일본이 중국과 1-1로 비기며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참가국 중 유일한 1승 2무, 무패로 대회를 끝내며 우승의 가치를 높였다.
선수단은 관중석에서 중일전을 관전하다 경기가 끝나자 기쁨의 박수를 쳤다. 이후 그라운드로 내려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주장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과거보다 컵대회 등에 나서지는 경우가 적어져 우승 세리머니가 필요했던 슈틸리케호에는 그야말로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우승컵을 들고 원정 응원을 온 국가대표 서포터 붉은악마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등 하나된 마음과 정신을 보여줬다. 누가 보더라도 기분 좋은 우승이었다.
시상식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는 재미난 광경이 펼쳐졌다. 막내 권창훈(수원 삼성)과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이 우승컵의 귀 한쪽씩을 붙잡고 힘을 쓰며 선수단 버스로 향했다. 숙소로 가져가 우승 기분을 만끽하기 위함이었다.
우승컵에는 맥주 500ml 10잔을 따라도 남을 정도로 보였다. 몇몇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숙소에서 가볍게 맥주를 한 잔 할 예정이었고 우승컵에 따라 마시는 의식을 치르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승컵은 한국으로 오지 않았다. 10일 귀국 후 해단식에서도 선수단은 목에 건 금메달만 취재진에게 보여줬을 뿐 우승컵을 들어올리지는 않았다. 분명히 경기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본 우승컵이었기에 의아했다.
한국은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에서 승부차기로 일본을 꺾고 우승하며 국제대회 우승컵을 가져왔다. 각 대륙이나 산하 연맹이 주관하는 연령별 대회 중 가장 최근 우승컵이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가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우승컵이 없는 대회였다. 동아시안컵 우승컵이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알고보니 숙소까지 가지고 갔던 우승컵을 EAFF가 회수했다고 한다. 박건하 코치는 "우승도 했고 기분 좀 내보려고 우승컵을 숙소에 가지고 갔는데 금방 없어졌더라. 무슨 일인가 싶었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EAFF가 분실 우려 등을 이유로 숙소에 가져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회수를 했다"라고 전했다.
대신 2013년 우승국 일본이 보유한 모조 우승컵이 다음주에 한국으로 올 예정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EAFF가 전 대회 우승국이 보관하고 있는 우승컵을 보내주겠다고 하더라. 2년 주기로 대회가 열리니 오래 보관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동아시안컵 우승컵을 서울 축구회관 1층 로비나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 중 한 곳에 전시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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