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5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은 팬층 확대, 스타 기근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축구계에 중요한 경기였다.
그동안 올스타전은 정체성 논란에 시달렸다. 해외 유명 리그 경기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올스타전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논란이다. 여름 프리시즌 각종 친선경기까지 팬들의 눈높이를 올려 놓다 보니 진지함과 이벤트 사이에 선 올스타전 폐지론까지 나왔다.
K리그 올스타전은 중부 선발-남부 선발로 나눠 경기를 치러오다 2008년 일본 J리그 올스타와의 대결을 기점으로 변화를 모색했지만 쉽지 않았다. 2010년 FC바르셀로나가 내한했지만, 먹튀 논란을 일으키며 떠났다. 6만석이 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3만2천581명의 관중만 차 흥행에서도 실패였다. 리오넬 메시라는 바르셀로나의 아이콘이 있었지만, 의미가 없었다.
K리그를 주재료로 활용해도 마찬가지, 2013년 K리그 클래식-챌린지(2부리그)+해외파로 변화를 줘봤지만 역대 8번의 서울월드컵경기장 올스타전 중 가장 적은 관중이 왔다. 생중계 시청률 역시 황금 시간이었지만 3.3%(이하 닐슨 코리아 기준)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박지성의 힘을 빌려 7.7%라는 시청률을 얻었고 흥행도 성공했지만, K리그 올스타는 중심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17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올스타전은 K리그와 개최지 안산 모두에 희망을 안겼다. 일반 경기와 비슷한 진지한 경기에 재미난 세리머니가 잘 섞였다. 승부를 내겠다는 최강희, 울리 슈틸리케 두 감독의 선전포고에 선수들의 자기 PR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올스타전에서는 최근 여름 이적 시장에서 중국, 중동, 일본 등 거액으로 선수들을 빼가 위축된 K리그가 어떻게 하면 팬들에게 좀 더 나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발리의 장인' 이동국(전북 현대)은 발리 슈팅을 하려다가 헛발질을 두 차례나 했다. 차두리(FC서울)는 누구보다 즐거움과 진지함을 동시에 표현했다. 몸을 던지는 노장들에게 팬들의 환호는 기본이었다.
새 얼굴들도 이름 석 자를 확실히 남겼다. 2부리거 주민규(서울 이랜드FC)나 '호남의 아들' 김호남(광주FC)이 그랬다. 최강희 감독 앞을 지나쳐 슈틸리케 감독에게 가서 악수를 청하며 이름을 알린 김호남의 재치는 프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순수 K리거로 시청률도 4.4%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봤다.
K리그 올스타는 경기에 앞서 안산 지역의 다문화가정 유소년, 장애우를 만나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부했다. 외국인이 많은 안산의 특성을 파악하고 축구로 화합할 수 있음을 몸으로 증명했다. 2만4천722명의 관중이 화답하며 축구가 안산에 뿌리내릴 수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
안산은 2년 뒤 시민구단 창단을 목표로 뛰고 있다. 창단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제종길 안산 시장과 이주 청소년 제프리 자흐라 바툴 양이 함께 시축에 나서며 인종과 피부색에 상관없이 축구를 통해 누구나 어우러질 수 있다는 확신을 봤다.
무엇보다 안산이 절망에서 희망과 기적의 도시로 걸어가기에 충분함을 알렸다. 안산은 지난해 세월호 사고로 단원고 학생, 교직원의 상당수가 희생됐고 발견하지 못한 실종자도 여전히 있다. 모두가 절망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다. 와~스타디움은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단원고에서 15분 거리에 있어 지난해 연고 협약을 맺고 챌린지에 뛰어든 안산 경찰청도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축구를 통해 모두가 아픔이 극복 가능하다는 희망을 얻었다. 안산 관계자는 정말 조심스럽게 "지난해 분위기도 좋지 않은데 어디서 축구를 하느냐는 지적이 쏟아지면 할 말이 없었다. 야간 경기 시에는 조명을 켜는 것도 죄송스러웠다. 그런데 올스타전을 통해 안산이 화합하고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는 모두가 아픔을 극복하며 함성을 질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더 밝은 도시를 꿈꾸는 안산과 더 좋은 리그를 꿈꾸는 K리그의 희망이 올스타전이라는 씨앗을 통해 열매를 맺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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