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5할승률에 +10승. 선두 삼성과 1경기차 단독 3위.
그래도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마음을 놓지 못한다. "지금 순위는 의미 없다. 6월 이후 초여름쯤 가봐야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던 시즌 초반 발언 때문일까.
그가 누누이 강조한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시점이 왔다. 그리고 두산은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의 표정은 시즌 초반과 비교해 한결 무거워졌다.
그가 전날 잠실구장에서 밝힌 한 마디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두산이 예년과 달리 큰 위기 없이 안정적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최근 몇년간 5월 또는 6월에 큰 폭의 하락세를 경험했는데, 올해는 그런 게 없다"고 말을 건넸다. 김 감독은 지체하지 않고 이렇게 되받았다. "우리팀 뿐만 아니라 다른팀도 다 안정적으로 가지 않나. 제발 추락하는 팀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럴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시즌의 절반 가량인 70경기를 치른 30일 현재 승률 5할7푼1리(40승30패)를 거뒀지만 다른 팀들도 다들 잘 하니 안심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 시즌 프로야구는 혼전의 연속이다. 삼성·NC·두산·넥센이 1∼4위를 꾸준히 형성하고 있지만 격차가 크지 않다.
1위 삼성과 4위 넥센의 차이가 불과 2경기다. 여기에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는 한화가 바짝 뒤쫓고 있다. 한화는 4위 넥센에 2.5경기차, 1위 삼성과는 4.5경차를 유지하고 있다. 몇 경기 연승과 연패가 뒤바뀌면 대대적인 순위 이동이 벌어질 수 있다.
김 감독은 현재 두산에 가장 절실한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더스틴 니퍼트"라고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답했다. 두산은 팀 평균자책점 8위(4.95)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선발진만 놓고 보면 4위(4.55)로 순위가 올라간다. 1위 KIA(4.34)와 큰 차이가 없다.
로테이션의 두 왼손축인 유희관과 장원준을 중심으로 진야곱, 허준혁 등 또 다른 왼손 선발투수들이 깜짝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허준혁의 경우 김 감독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잘 해주고 있다. 사실 준혁이는 구상에도 없었던 선수인데 이렇게까지 잘 던질줄 전말 몰랐다"고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두 명의 완성된 좌투수와 '갑자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두 왼손투수 덕분에 두산 선발진은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로테이션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니퍼트의 이름을 김 감독이 외친 이유는 뭘까. 역시 확실한 에이스의 유무 여부에 따라 팀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지금 선발진이 잘 돌아간다지만 니퍼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확실히 있다. 니퍼트가 로테이션에서 축을 단단하게 이뤄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니퍼트가 빨리 돌아와줬으면 하는 마음 뿐"이라고 했다.
니퍼트가 합류할 경우 잘 던지는 누군가는 불펜 또는 2군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나중에 해야 할 고민이다. 우선은 니퍼트의 조기합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니퍼트는 지난 28일 광주에서 20m 거리에서 캐치볼을 한 뒤 이날 잠실에서도 30개 가량 공 주고받기를 했다. 김 감독은 "직접 보지 못해서 뭐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일단 통증이 없어서 고무적이다. 다만 언제끔 복귀할지는 아직 모른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1년부터 5년째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는 니퍼트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전성기에 비해 구위가 다소 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어깨와 골반 등에 부상을 입어 한동안 휴식기를 갖는 게 관례가 될 정도다. 그럼에도 니퍼트의 존재감은 '상상 그 이상' 이상이라는 게 주위의 한결같은 평가다. '니퍼트 없이' 잘 버티고 있는 두산이지만 '니퍼트 없는' 두산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김 감독의 고민도 여기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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