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남자프로배구 우리카드 레프트 신으뜸은 지난 2009-10시즌 V리그 데뷔 후 지금까지 '주전 멤버'로 뛴 적이 없었다.
군 복무 기간이던 상무(국군체육부대) 시절을 제외하면 그렇다. 신으뜸은 소속팀에서 주로 교체선수로 활약했다.
배구팬들에게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린 때는 있었다. 삼성화재(현 대전 삼성 블루팡스) 시절이던 2010-11, 2012-13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다. 신으뜸은 당시 조커로 코트에 투입됐고 분위기 반전 카드 노릇을 톡톡히 했다.
신치용 당시 삼성화재 감독(현 구단 단장)도 "제 몫을 충분히 해줬다"고 신으뜸을 칭찬했었다. 신으뜸은 2013-14시즌 이강주의 자유계약선수(FA) 이적에 따른 보상 선수로 우리카드로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소속팀이 달라졌어도 맡은 역할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는 7월 열리는 컵대회를 시작으로 2015-16시즌에는 신으뜸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것 같다. 신으뜸이 레프트 한 자리를 맡아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카드의 레프트 한 축을 맡았던 김정환이 군입대를 했기 때문이다.
안준찬(상무)이 내년 1월 전역 후 팀에 돌아오긴 하지만 레프트 자리가 허전하다. 오프시즌 새로 팀 지휘봉을 잡은 김상우 감독은 신으뜸으로 김정환이 비운 자리를 메울 계획이다.
신으뜸은 단신(190cm) 레프트지만 공격력도 어느 정도 갖췄다. 상무시절 V리그에서 한 경기 24점을 올린 적도 있다. 그는 지난 시즌 31경기(90세트)에 출전해 189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6.09점에 그쳤으나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출전 시간과 득점을 기록했다.
7월 컵대회와 다가오는 새 시즌에는 코트에 나가는 시간이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신으뜸은 "주전 자리가 보장된 건 아니지만 솔직히 욕심은 난다"고 했다.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땀을 쏟고 있다. 새로운 보금자리가 된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오전, 오후, 저녁까지 하루 세 차례 팀 훈련이 잡혀 있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운동할 맛이 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신으뜸은 현재 부상 중이다. 오른쪽 손가락 인대를 다쳤다. 치료를 위해 일주일 정도 운동을 쉬었고 다시 팀 훈련에 참가한 지 얼마 안된다. 다친 부위에 통증이 남아 있기 때문에 운동이 끝나면 곧장 얼음팩을 댄다. 그는 "연습 때는 테이핑을 해서 괜찮다"며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행복하다"고 웃었다.
공격에 대한 욕심도 분명히 있지만 자신이 맡아야 할 임무를 잊지 않는다. 신으뜸은 "수비와 서브리시브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시즌 736회나 리시브에 참여했다. 김정환(948회)과 주전 리베로 정민수(769회)에 이어 팀내 세 번째로 많은 횟수다.
신으뜸이 수비와 리시브에서 힘을 보태면 그만큼 다른 선수들의 공격은 잘 돌아가게 된다. 공격형 레프트 최홍석과 외국인선수의 플레이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신으뜸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신으뜸은 "목표는 간단하다"며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데 꼭 보탬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남자배구대표팀이 치른 2015 월드리그 일본과 경기를 TV 중계를 통해 지켜봤다. 배울 점이 많은 선수 한 명도 눈여겨봤다.
일본대표팀 단신 레프트인 야나기다 마사히로가 신으뜸의 눈길을 끌었다. 야나기다는 신장이 186cm로 작은 편이지만 한국과 치른 조별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일본이 한국에게 승리를 거둔 경기에선 21점을 올렸다. 그는 일본이 패한 두 번째 경기에서는 8점을 기록했다.
신으뜸은 "공격과 수비에서 다른 선수들과 견줘 반 박자 정도 빠르더라"며 "모범 답안을 보여줬다. 나 역시 스피드를 이용해 공격과 수비에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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