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흔히 만루를 '황금 찬스'라고 표현한다. 누상에 주자가 가득 들어차 있으니 점수를 낼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높다. 하지만 만루에서 점수가 나지 않는 경우도 꽤 많다. 전 베이스가 포스아웃 상태가 되고, 타자들에게 전해지는 부담감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9일에는 만루에서 나올 수 있는 극과 극의 장면이 연출됐다. 잠실구장에서는 LG가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을 상대로 무사 만루 찬스를 잡고도 이후 세 타자가 모두 삼진을 당하는 절정의 허무함을 보여줬다. 반면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는 KIA 필이 넥센 두번째 투수 김대우를 상대로 만루홈런을 때려내며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다. LG는 졌고, KIA는 이겼다.
그렇다면 만루에서 강한 타자들은 누가 있을까. 올 시즌 대표적인 '만루 사나이'는 강민호(롯데)다. 강민호는 4차례 만루 찬스를 맞아 4타수 4안타에 홈런만 3방을 날렸다. 만루 시 타율 10할에 14타점을 올렸다. 한 시즌 최다 만루홈런(4개, 1999년 박재홍·2009년 김상현) 기록에 하나 차이로 접근한 강민호다.
필 역시 만루 상황에서 타율 7할5푼(4타수 3안타) 2홈런 11타점을 기록 중이다. 2개의 만루홈런이 모두 짜릿한 순간 터져나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4월23일 롯데전 9회말 2-6에서 나온 동점 만루포, 9일 넥센전 4회말 1-3에서 터진 역전 만루포가 올 시즌 필의 작품이다.
이범호(KIA)는 "만루가 더 편하다"고 말할 정도로 만루에 강하다. 올 시즌 4차례 만루 찬스에서 4타수 2안타 2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다. 벌써 12번째 그랜드슬램을 쏘아올린 이범호는 은퇴한 심정수(삼성)와 함께 KBO리그 통산 최다 만루홈런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김현수(두산)와 김민성(넥센), 정수빈(두산)도 상대 입장에서는 만루에서 피해야 하는 타자들이다. 김현수는 타율 8할(5타수 4안타) 8타점, 김민성은 타율 5할8푼3리(12타수 7안타) 14타점, 정수빈은 타율 5할(12타수 6안타) 12타점을 각각 만루 상황에서 기록 중이다. 김민성은 강민호, 테임즈(NC)와 함께 만루 시 최다 타점을 올리고 있다.
테임즈는 만루에서 때려낸 안타는 2개뿐이지만 타점은 14개로 많은 편이다. 2개의 안타가 모두 장타(홈런, 2루타)였던 이유도 있지만 볼넷(3개)과 희생플라이(3개)로도 타점을 만들었다. 테임즈의 만루 시 타율은 4할(5타수 2안타)이다.
한편 만루에서 약한 타자들로는 9번 이병규(LG)와 정상호(SK), 강한울(KIA) 등이 있다. 이병규와 정상호는 1할4푼3리(7타수 1안타), 강한울은 1할6푼7리(6타수 1안타)의 만루 시 타율을 기록 중이다. 박동원(넥센)도 만루에서 1할1푼1리(9타수 1안타)의 타율에 그치고 있지만 만루홈런 한 방을 날리며 나머지 타석의 아쉬움을 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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