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아침 식사는 거르지 않았어요. 자는 후배도 깨워서 꼭 아침밥을 먹였어요. 식사 후에는 30분 정도 장기나 오목을 두면서 머리를 비웠어요. 그리고 한숨 잔 뒤 훈련을 나갔는데, 그라운드에서는 늘 최고의 활약을 했죠."
이승엽과 원정경기 때 한 방을 쓴 룸메이트 후배의 말이다. 그는 "(이)승엽이 형 덕분에 아침밥을 먹는 습관이 생겼다. 그 때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와 돌이켜보니 휴식을 취하는 방법까지 완벽하게 계산된 일이었다"고 이승엽과의 일상을 돌아봤다.
이승엽은 후배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존재였다. 그라운드에서는 더 그랬다. 그러나 야구장을 나서면 평범한 형이자 가장이었다. "인격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 정도 위치에 올라서면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기 마련인데, 형은 차나 옷 등 보이는 것들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혼자 5천원짜리 백반집에서 식사하는, 소탈하고 검소한 사람이다."
현재윤 SBS Sports 해설위원은 2002년부터 이승엽이 일본 지바 롯데에 진출하기 전까지 2년 동안 룸메이트로 지냈다. 이승엽이 2001년부터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하고, 2003년 56홈런으로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웠을 때다.
현 위원이 기억하는 이승엽은 '철저한 사람'이었다. 현 위원은 "정상에 오른 선수들은 연습이나 노력보다 자기 관리가 더 중요하다. 형이 정상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경산 볼파크에서 가장 늦게까지 훈련하는 선수로 유명했다. 타격에 눈을 뜬 뒤에는 규칙적인 생활로 실력을 유지했다. 모든 생활을 운동에 맞추는, 절제가 대단한 사람이다.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면, 간식 내기 고스톱이나 장기 두기 정도? 가끔은 너무 재미없다 싶을 정도로 바른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이승엽도 슬럼프를 겪었다. 이승엽은 타격감이 안 좋을 때 쉼 없이 방망이를 돌리는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았다. 현 위원은 "형은 방망이가 안 맞으면 자신의 타격 영상을 계속 돌려봤다. 잘 맞았을 때와 안 맞았을 때를 비교하면서 차이점을 찾았다. 훈련량을 늘리기보다는 문제점을 빨리 발견하고 고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생각하는 훈련으로 단점을 교정했다"고 전했다.
현 위원도 이승엽과 한 방을 쓰면서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았다. 현 위원은 "형은 야구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했다. 아침을 거르면 운동 효과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식사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부모님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 모습도 보였다. "승엽이 형 어머님 건강이 안 좋으셨을 때였다.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가 '막내아들이 야구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는 게 최고'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
이승엽에게는 홈런이 효도였다. 그렇게 살아온 이승엽은 3일 포항 롯데전에서 KBO리그 최초로 통산 400홈런을 때렸다. 누구도 오르지 못한 고지에 우뚝 서며 또 한 번 '전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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