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드디어 각성한 것일까.
노경은(두산 베어스)이 오랜만에 위력적인 구위를 앞세워 '필승 셋업맨'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한껏 보여줬다.
1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5-5로 승부를 알 수 없는 7회말 1사 2,3루. 노경은은 이재우를 구원해 마운드에 올랐다. 리드를 빼앗길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 노경은은 코칭스태프가 오랫동안 기다리던 '바로 그 모습'을 보여줬다.
안타 하나면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서 노경은은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나지완을 헛스윙 삼진처리한 뒤 4회말 투런홈런을 날린 이범호마저 볼카운트 2-2에서 루킹삼진처리하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그는 김민우를 삼진처리한 뒤 이홍구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대타 최희섭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잡아했고, 1루 대주자 고영우의 2루 도루를 포수 양의지가 정확한 송구로 아웃시키면서 역시 무사히 이닝을 마감했다.
9회초 두산이 김재호의 중견수 뒤 3루타로 2점을 뽑자 7-5로 앞선 9회말에도 마운드를 밟은 그는 선두 김원섭을 우전안타로 내보냈지만 대타 김다원을 유격수 앞 병살타로 잡아낸 뒤 윤명준과 교체돼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윤명준이 경기를 무사히 매조지하면서 노경은은 감격의 시즌 첫 승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이날 노경은의 기록은 2.1이닝 1피안타 1볼넷 탈삼진 3개 무실점. 투구수도 32개로 효과적이었다. 시속 140㎞ 후반대의 직구는 힘이 있었고, 변화구도 예리했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불안요소인 제구가 깔끔하게 먹혔다.
노경은의 각성은 사실 가장 최근 등판인 지난 14일 문학 SK전에서 살짝 예견됐다. 당시 7-6으로 앞선 8회말 동점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2이닝 동안 탈삼진 2개를 솎아내며 SK 타자들을 구위로 제압하는 모습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인 "홈런을 맞은 것보다 이후 투구가 마음에 들었다. 구위가 서서히 올라오는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그리고 이날 귀중한 호투로 두산의 갈증 요소인 '힘있는 우완 셋업맨'의 자리를 꿰찰 가능성을 보여줬다. 두산으로선 짜릿한 원정 1승만큼 기쁜 노경은의 각성이었다.
노경은은 "어제 비로 하루 쉰 게 컨디션 유지에 큰 도움이 됐다. 직구가 살아난 느낌을 받았고, 직구가 살아나니 슬라이더까지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투구 밸런스나 공 때리는 느낌이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다. 지난해부터 좋지 않을 떄 기다려주신 감독님과 코치님께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조금은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은이가 잘 던져줬고, 살아난 것 같아서 앞으로 투수운용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뻐했다.
노경은이 승리한 건 지난해 7월1일 광주 KIA전(6이닝 3실점 선발승) 이후 319일만이다. 구원승은 2012년 4월29일 잠실 KIA전(0.2이닝 무실점) 이후 1천112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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