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kt 위즈가 달라졌다. 몰라보게 좋아진 최근 성적 때문이겠지만 시즌 초와 달리 이젠 어엿한 '1군 프로팀의 냄새'가 난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물론 경기 내용도 무척 좋아졌다.
LG 트윈스와 홈경기를 앞둔 1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kt의 달라진 분위기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선수단 표정이 부쩍 밝아졌다. 경기 전 배팅훈련을 할 때는 물론 훈련 후 선수단 식당에서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초반 연패가 이어질 때는 고개를 숙인채 말없이 밥만 먹던 선수들이 이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얘기를 주고 받는다.
식당 벽에 걸린 TV에서 중계되는 다른 구장 경기에도 관심을 가지며 삼삼오오 얘기꽃을 피운다. 눈앞의 자기팀 경기 걱정에만 몰두하던 것과 달리 한결 여유가 생긴 모습이었다. '승리의 맛'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나타난 긍정적 현상이다.
경기에서도 kt의 변화된 모습은 여러차례 목격됐다. 들쭉날쭉하던 선발 정대현은 4회까지 LG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등 5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개인 최다 탈삼진(6개) 기록까지 경신했다. 정대현의 뒤를 이은 배우열은 1-0으로 앞선 5회초 1사 2,3루에서 손주인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했지만 강타자 이병규(7번)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최대 위기에서 벗어났다.
추가점을 허용할 수 있는 순간 '쳐볼 테면 쳐보라'는 뱃심으로 실점 상황에서 벗어났다. 1-1 동점이던 7회초 2사 3루에서 급히 투입된 고영표 또한 손주인을 접전 끝에 삼진처리하며 덕아웃에 믿음을 심어줬다.
무엇보다 3번타자 하준호의 재치와 허슬플레이가 번뜩였다. 지난 5월2일 5-4 트레이드로 롯데 자이언츠에서 kt로 이적한 하준호는 8일 수원 LG전까지 5경기 연속안타를 기록하며 숨겨진 잠재력을 활짝 발휘했다.
이날도 그의 활약은 눈에 띄었다. 4회 선두타자로 나와 1루수 앞으로 굴러가는 기습번트를 댄 뒤 LG 1루수 정성훈의 태그를 피해 몸을 날리면서 1루에서 산 그는 2루 도루에 이은 내야땅볼로 3루에 진출한 뒤 박경수의 우전 적시타 때 선취득점을 올렸다.
6회 1사 상황에서도 1루수쪽 번트 안타로 살아나가는 등 이날 그는 빠른 발과 기지를 이용해 LG 수비진을 농락했다. 신생팀 선수다운 투지와 패기로 팀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비록 2-1로 앞선 8회초 2사 만루서 6번째 투수 김사율이 박지규에게 주자일소 3루타를 허용, 결국 2-6으로 패했지만 전반적인 경기력은 불과 일주일 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조범현 감독을 비롯한 kt 코칭스태프는 연패가 계속될 때 "한 번만 승리의 맛을 보면 선수들이 달라질텐데 그게 잘 안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화와 LG를 상대로 한 최근 6연전서 4승2패, 최근 2번 연속 우세(위닝시리즈)를 거두는 과정에서 kt는 '이기는 맛'을 톡톡히 알게 됐다. 이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단의 커다란 자산으로 작용할 듯하다. 다른 구단들도 kt를 더 이상 만만한 '호구'로 여길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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