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민병헌(두산)은 도대체 못하는 게 뭘까. 컨택트 능력, 갭파워, 민첩한 주루플레이에 강한 어깨와 폭넓은 수비력.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까지. 이른바 '5툴 플레이어'이자 '야구를 알고 하는' 선수로 꼽힌다. 타고난 자질에 더해 그 누구보다 절박하게 훈련하는 '독종의 면모'까지 갖췄다. 성공하지 못할 요소를 찾기가 무척 어렵다.
민병헌의 방망이가 연일 불을 뿜는다. KBO리그 유일의 4할타자인 그는 최근 9경기 연속 안타 행진 중이다. 지난 15일 수원 kt전부터 치른 9경기 가운데 6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3안타 경기도 3차례나 경험했다.
그의 방망이가 달궈질수록 소속팀 두산은 승리의 기운을 탄다. 민병헌이 연속안타를 친 기간 동안 두산은 8승2패로 급상승 무드를 탔다. 투타가 안정되면서 접전 승부에서 이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28일 잠실 kt전도 예외가 아니었다. 민병헌이 타선에서 팀득점의 물꼬를 틀고 선발 유희관의 안정적인 호투가 어우러지면서 두산은 6-2로 승리했다. 평소 1번타자인 민병헌은 이날 김현수의 휴식으로 '임시 3번타자' 역할을 맡았다. 3번 타순에서도 그의 방망이는 여전했다. 팀이 2-0으로 앞선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좌중간을 완벽히 가르는 2루타로 멍석을 깔았다. 후속 홍성흔의 좌익수 옆 2루타 때 달아나는 점수를 자신의 발로 만든 그는 3-2로 쫓긴 6회말에는 좌월 솔로홈런으로 두산 덕아웃를 안도시켰다.
이날 기록은 4타수 2안타 1타점. 올 시즌 자신의 9번째 멀티히트이자 4번째 홈런이었다. 민병헌의 맹타에 자극받은 두산은 최근 6경기서 5승째를 거두며 올 시즌 처음으로 단독 1위에 올랐다. 전날까지 선두였던 삼성을 0.5경기 차로 제친 결과였다.
무척 이른 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속된 표현으로 '설레발'은 야구에서 금물이다. 그러나 현재 모습만 놓고 보면 올 시즌 MVP 레이스에서 민병헌의 이름을 빼놓기 어려울 것 같은 분위기다. 불의의 부상 등 뜻하지 않은 변수만 피한다면 그의 페이스가 좀처럼 꺾일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물론 시즌 내내 꾸준하게 잘 한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좋은 타자'가 많은 두산에서도 타격 기술에 관한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민병헌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도 3∼4월 3할4푼6리, 5월 4할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6월 들어 2할6푼7리로 한풀 꺾이더니 9월 이후 2할7푼7리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시즌을 마쳤다. 무엇보다 전반기에만 8홈런을 친 장타력이 후반기 4홈런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옆구리 투수들에게 약한 점도 넘어서야 할 큰 벽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민병헌을 "3번 같은 1번타자"라고 말한다. 리드오프 위치에서 중심타선의 그 누구보다 잘 쳐준다는 칭찬이 내포된 표현이다.
민병헌은 연습벌레다. 언제든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 전지훈련을 떠나기 직전에도 신혼여행을 가서도 배트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는 "하루라도 연습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마치 당연히 먹어야 할 밥을 먹지 않은 것처럼 뭔가 거북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타고난 자질과 부단한 노력, 그리고 끝없는 자기주문까지.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민병헌이 슬슬 MVP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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