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야구는 9이닝, 3시간여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비되는 운동이다. 뛰는 선수 모두가 경기 내내 집중력을 최고조로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144경기 페넌트레이스 대장정을 소화하려면 결국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팀과 선수 모두 마찬가지다. 모든 공에 전력투구할 수 없는 투수는 더욱 더 그렇다.
그런 점에서 28일 잠실 kt 위즈전 6회초 한 순간 보여준 유희관(두산)의 모습은 그가 왜 압도적인 스터프 없이도 수준급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하는지 재차 학인시켜줬다. 초반부터 이어진 리드. 상대는 '물방망이' kt 타선. 순탄하게 흘러가던 경기 중반 갑자기 흐름이 변했다. 3-0으로 앞서던 5회초 신명철에게 좌월 2점홈런을 허용해 1점차로 쫓긴 6회초.
유희관은 상대 1·2번 타자들인 이대형과 박용근에게 연속안타를 맞았다. 후속 박경수의 희생번트로 상황은 1사 2·3루. 두산과 유희관의 최대 고비였다. 안타 하나면 역전, 최소 동점까지 각오해야 하는 순간 유희관의 집중력이 번쩍 빛났다.
힘있는 4번타자 김상현을 상대로 먼저 스트라이크 2개를 잡은 뒤 122㎞ 빠지는 커브를 선택했다. 느리면서 낙차 크게 날아오는 공에 김상현은 잔뜩 힘을 쥐고 휘둘렀지만 잠실의 시원한 밤공기만 가르고 말았다. 중심타자로서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김상현의 심리를 파악한 듯 달려드는 그의 방망이를 피해 타이밍을 빼앗는 브레이킹볼이 기가 막혔다.
전광판의 빨간 아웃카운트 불 2개가 모두 켜지자 유희관의 손놀림은 더욱 현란해졌다. 다음 타자 윤요섭을 역시 3구째만에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만약 6회에 한 점이라도 내줬다면 경기는 후반 싸움으로 접어들게 되고 kt의 기세를 감안할 때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뻔했다.
그러나 느물느물하면서도 고비에선 그 누구보다 최고조로 올라간 유희관의 집중력이 빛을 발하면서 두산은 최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곧바로 이어진 6회말 민병헌의 솔로홈런과 1사 만루서 상대 3번째 투수 심재민의 폭투로 2점을 뽑으면서 두산은 kt의 추격을 따돌렸다. 결국 두산은 kt를 6-2로 꺾고 신바람을 한껏 냈다.
이날 유희관은 8이닝 동안 모두 8개의 삼진을 잡으며 개인 한 경기 개인 최다 탈삼진(기존 7개)을 경신했다. 8개의 삼진 가운데 가치가 떨어지는 건 하나도 없었지만 6회 김상현을 상대로 기록한 삼구삼진이야말로 이날 승부의 흐름을 되돌린 보석처럼 빛난 K였다. 유희관의 '선택과 집중'이 빛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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