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수원 삼성-대전 시티즌의 경기, 최고의 1분은 후반 34분이었다.
대전은 이날 경기 전까지 1무 6패로 시즌 들어 무승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유이하게 승리가 없는 팀이었다. 같은 무승이라도 인천과 달리 대전은 경기력이 오락가락해 고민이 더 깊었다. 내우외환이라고 구단 사장과 프런트 간 마찰도 있었다. 구단주인 권선택 대전시장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았다.
팀 안팎으로 어지러운 상황에서 대전의 시즌 첫 승에 대한 염원은 간절했다. 나름대로 경기를 잘 해내고도 매번 전반 종료 직전이나 후반 막판 골을 내주며 패하는 경기가 다반사였다.
조진호 대전 감독은 이날 수원전에서 꼭 이기고 싶다고 소리쳤다. 조 감독의 입술은 터진 채 제대로 아물지 않았다. 조 감독은 "잠은 잘 자고 있지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라며 꼴찌팀 감독의 고충을 전했다.
대전은 역대 시즌에서 2002년 정규리그 8라운드 승리가 개막 후 가장 늦은 승리다. 월별로 따지면 2004년에는 5월에야 첫 승을 거뒀다. 이날 수원전에서 또 승리하지 못할 경우 경기수와, 월별 승리 모두 최다 불명예 기록이거나 타이 기록이 된다.
조 감독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서자고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선제골만 넣으면 승점 3점을 얻을 수 있다"라며 어떻게든 이겨 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기존에 임시로 활용했던 플랫3도 플랫4로 바꿔 공격적으로 수원을 공략했다.
흐름은 좋았다. 전반을 0-0으로 버틴 대전은 후반 2분 아드리아노가 유성기의 프리킥을 백헤딩해 골망을 흔들며 리드를 잡았다.
조 감독은 34분 공격수 사싸를 빼고 수비수 윤신영을 넣었다. 완벽한 수비벽을 쌓아 골을 지켜 이기겠다는 의지이자 절실함이었다.
36분 아드리아노가 히칼딩요의 패스를 받아 추가골을 넣자 기자석 근처에 있던 대전 프런트는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2분 뒤 수원에 실점하며 추격을 허용했지만 대전의 정신력을 믿어보겠다는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추가 시간 5분이 주어졌고, 대전 선수들은 몸을 던졌다. 역전극을 바라는 수원 팬들의 탄식은 커졌다. 투지의 대전 선수들은 경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시간을 끌더라도 이기는 것이 최선이었다. 결국, 대전은 2-1로 경기를 끝내 감동의 승리를 거두며 시즌 첫 승점 3점을 얻었다. 조진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아이처럼 기뻐했다. 수원만 만나면 늘 좋은 결과를 냈던 그 옛날로 돌아간 것처럼 대전 선수단은 격하게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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