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에이스를 불펜에서도 꼽자면 KIA 타이거즈의 불펜 에이스는 심동섭(24)이라 할 수 있다. 윤석민의 복귀로 예정됐던 마무리 보직을 내놓긴 했지만, 현재 KIA 불펜에서 가장 믿음직한 투구를 보여주고 있는 이가 바로 심동섭이다.
기록이 올 시즌 심동섭의 구위를 설명해준다. KIA가 치른 13경기 중 8경기에 등판한 심동섭은 15일 현재 평균자책점 1.17을 기록 중이다. 7.2이닝을 소화하며 자책점은 1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낮은 평균자책점이 전부가 아니다. 세부적인 기록도 뛰어나다. 피안타율이 8푼3리에 그치고 있다. 29명의 타자를 상대해 안타는 딱 2개만을 허용했다. 여기에 볼넷 5개를 더해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도 0.91에 불과하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훌륭한 기록을 남기고 있는 심동섭이다.
단순히 기록만으로는 심동섭의 가치를 설명하기 어렵다. 심동섭은 경기 후반 중요한 상황에 등판해 팀 승리에 디딤돌을 놓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15일 LG전에서도 5-2로 앞서던 7회말 2사 2루 실점 위기에서 등판해 박지규를 3구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친 뒤 8회말에는 오지환-정성훈-박용택 등 LG의 상위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다.
최근 컨디션에 대해 심동섭은 "원하는 밸런스가 잡혔다. 제일 공이 좋았던 2011년이랑 비슷하다"며 "좋았을 때 생각도 많이 하고, 꾸준히 동영상을 보면서 고민했던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 밸런스가 잡히니까 팔(이두)이 아팠던 것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심동섭은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방심하면 절대 안된다"며 "한 경기만 못 던져도 무너질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15일 LG전 1.1이닝 퍼펙트 피칭을 보이기 전에 남긴 말이었다.
심동섭에게는 윤석민의 복귀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대부분 승부처나 부담스러운 상황에 등판하는 심동섭이지만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로는 "뒤에 (윤)석민이 형이 있어 든든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윤석민을 믿고 부담없이 자기공을 던지는 것이 최근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윤석민의 복귀 이전 양현종과 단짝처럼 지냈던 심동섭은 윤석민이 돌아오면서 의지할 형이 한 명 더 생겼다. 심동섭은 "원래 (양)현종이 형이랑 거의 붙어다녔는데, 이젠 석민이 형이랑도 친하게 지낸다"며 "현종이 형은 투구폼이나 밸런스 얘길 자세히 해주는 편이고, 석민이 형은 포인트를 딱딱 짚어준다. 난 정말 복받은 것 같다"고 든든한 두 선배의 존재를 언급했다.
마무리 후보로 꼽히다 셋업맨을 맡게 된 심동섭. 마무리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심동섭은 "조금 아쉽긴 했다. 누구라도 아쉬웠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보직도 기록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질 뿐이다"라고 말했다. KIA의 '철벽 셋업맨'은 마음가짐도 철벽처럼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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